북한은 설 명절을 앞두고 노동당 제8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당대회 이후 한 달 만의 전원회의 개최는 이례적이다. 전원회의의 형식과 내용이 당대회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작은 당대회, 미니 당대회’라고 부를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경제관료들을 허풍주의·보신주의라고 비판했다. 조용원 조직비서는 김 총비서의 면전에서 경제관료들을 향해 ‘한심하다’는 직격탄을 날렸다. 경제발전5개년계획의 정책을 총괄하는 김두일 당 경제부장이 한 달 만에 경질됐다. 정책비판과 인사경질 속에는 경제난 극복의 절박함과 사고의 예민함이 담겨 있다.
북한은 당 전원회의에서 구체적인 대남·대미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았다. 김 총비서가 대남·대미 관련 금후 활동 방향을 명확히 찍어주었다고 하면서 철저히 집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것과 동일하게 우리 혹은 미국의 대북정책을 봐가면서 대응방향을 조절해 나가겠다는 것을 시사한다. 당분간 김 총비서가 직접 챙기는 대남·대미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주변국들의 입장 차이는 크다. 한미는 방어적 훈련으로서 한미 간의 결정사항임을 분명히 한다. 북한은 적대행위로서 북한붕괴훈련이라고 비판한다. 주한미군 주둔은 정전협정 위반이며 한반도를 벗어난 연합훈련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고 한다. 훈련 중단이 북미 정상 간의 합의임을 강조한다. 중국은 연합훈련을 대중견제훈련으로 인식한다.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다(쌍중단).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간 평화프로세스의 병행 추진을 강조한다(쌍궤병행).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남북의 셈법은 다르다. 우리는 훈련을 하고 북한의 반발이 없는 것이 최선이고, 훈련을 하고 저강도 반발은 차선이고, 훈련을 하고 고강도 반발은 최악이라는 셈법을 가진다. 북한은 훈련의 실시 여부와 함께 규모에 민감하다. 훈련을 하지 않고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소규모 훈련에 저강도 대응이 차선이고, 전력자산을 동원한 대규모 훈련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 최악일 것이다.
현 단계 남과 북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안정적 상황관리는 현상유지가 아니라 발전지향적이어야 한다. 냉각국면의 현상타파는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다. 창의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3월 실시 예정인 한미연합훈련 연기 검토가 필요하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고 한반도에 평화의 씨앗을 뿌린 것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이었다.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에서 김 위원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한미연합훈련 중단문제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혹자들은 군대가 있는 한 훈련을 해야 하고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한반도는 적대적으로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긴장완화와 평화가 중요하다. 우리는 한미연합훈련의 전략적 중단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얻은 경험이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중단했고 2018년에 중단과 규모 축소를 통해 평화를 유지했다. 중단시기에 정치적인 공세는 있었지만 우리의 국방력이 약화되었다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한미연합훈련 연기에 북한이 연락채널 복원 조치로 화답하고, 남북대화에서 본질문제를 해결하면서 비본질문제도 논의된다면 남북관계의 새로운 길 찾기가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