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설계변경안 접수된 것 없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105층으로 지으려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높이를 낮춰 3개 동으로 짓는 내용으로 설계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강남구청과 강남구의회는 경제와 관광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옛 한국전력공사 터를 2014년 10조5500억 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곳은 서울 강남권에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105층 규모로 GBC를 짓는다고 밝혔다. 561m로 건물을 세워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동시에 문화와 생활을 포괄하는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공식적으로 "다양한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국방부와 실무진 협의에서 건물 높이를 105층에서 50층으로 낮추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설계 변경이 현실화됐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기존 한 개 동을 3개 동으로 나눠 층수를 낮춘다는 안으로 건물 높이는 260m 미만이다.
현대차그룹이 GBC 설계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강남구청과 강남구의회는 "원안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GBC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는 가급적이면 강남구민이나 서울시민과의 약속에 충실하게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의 면담도 공식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강남구청 관계자는 "아직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은 물론 구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회를 열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강남구의회도 17일 제29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삼성동 현대차 GBC 신축사업 설계변경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강남구의회는 "원안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수백만 명의 일자리 창출과 그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남구청과 강남구의회가 원안을 고수하는 이유는 랜드마크 건립이 무산되면 관광객 유치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랜드마크가 들어서면 지역 홍보 효과가 생기고 경제적 이익까지 볼 수 있는데 층수가 낮아지면 이 계획이 엇나가게 된다.
GBC 원안과 비교되는 건물은 롯데월드타워다. 지상 123층, 높이 555m로 송파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하루평균 이용객이 13만 명이고 2019년에만 6400만 명이 찾았다. 약 1만 명의 상시고용 효과와 4조3000억 원가량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설계 변경으로 현대차그룹만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향숙 강남구의원은 "기업이 하는 일을 우리가 뭐라고 하기는 조심스럽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약 현대차가 3개 동을 짓고 한 개 동을 팔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민은 각종 규제에 묶여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서울시에 GBC 설계변경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부계획이 들어온 뒤에 거기에 맞춰 어떤 절차를 밟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층수를 바꾼다는 이야기만 나오는데 그걸 추정해서 의견을 주고받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