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 냄새에 질식?"…SNS 클럽하우스 사용해보니

입력 2021-02-0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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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100만 원짜리 초대권까지 등장
실리콘 밸리 화제작, 전 세계 인기…다운로드 360만 돌파

▲클럽하우스는 오직 초대를 받은 사람만이 사용 할 수 있는 음성 기반 폐쇄형 SNS다. (안유리 기자 inglass@)
▲클럽하우스는 오직 초대를 받은 사람만이 사용 할 수 있는 음성 기반 폐쇄형 SNS다. (안유리 기자 inglass@)

지난 주말, 친구에게 링크 하나를 문자로 받았다. 요즘 뜨고 있다는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 초대 링크였다. 중고나라에 100만 원짜리 입장권까지 등장할 정도로 요즘 인기라니 호기심이 생겼다.

첫 사용 느낌은 '대본 없는 쌍방향 팟캐스트'였다. 날 것 그대로의 대화들이 수많은 방에서 오갔다. 서로 얼굴은 보이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이야기를 나눴다. 방장과 정해진 스피커뿐만 아니라 청취자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손을 들어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녹음이 되지 않아 수십~수백 명이 귀를 기울이고 자유롭게 의견 제시를 할 수 있어 일종의 콘퍼런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3월 세상에 선을 보인 음성기반 SNS로 실리콘밸리에서 인기를 끌다가 최근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앱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초대권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폐쇄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두고 클럽하우스가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지 않고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제대로 저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대장 자체도 기존 가입자 1인당 2장 정도만 주어져 수요·공급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중고나라에 100만 원짜리 입장권까지 등장한 이유다. 물론 실제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서 판매되는 평균 시세는 1만~3만 원 정도다.

실리콘밸리에서 아는 사람만 쓰던 클럽하우스가 이름을 알린 건 유명 IT 기업인들이 참여하면서다. 이달 초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미국 로빈후드의 CEO 블라디미르 테베브와 공매도 설전을 벌이며 더욱 유명해졌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주 110만 건이었던 다운로드 수는 8일 360만 건을 돌파했다.

▲클럽하우스 가입을 환영하는 첫 화면(왼쪽)과 관심사 화면. 지역, 친목, 스포츠 등 원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출처=클럽하우스 캡처)
▲클럽하우스 가입을 환영하는 첫 화면(왼쪽)과 관심사 화면. 지역, 친목, 스포츠 등 원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출처=클럽하우스 캡처)

정치, 사회, 기술, 취미 등…. 대화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자신의 설정한 관심사에 따라 알고리즘이 다양한 이야기 방을 추천해준다. 기자가 처음 클럽하우스를 시작한 6일 저녁. 알고리즘은 섀도우캐비닛이 진행하는 '의정 보고서 리뷰' 방을 추천해줬다. 첫 주제로는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의 의정 보고서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장혜영 의원 역시 직접 참여해 의정 보고서에 관한 시민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었다. 장혜영 의원은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경청하며 "지금 말씀해주시는 내용을 모두 적고 있다"며 "말씀해주시는 내용은 더 좋은 의정 보고서를 만드는 데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진지하고 건설적인 이야기만 오가는 방만 있는 건 아니다. 연애 고민 방, 사투리 대화방, 성대모사 방 등. 특별한 형식과 주제 없이 일상생활 잡담을 나누는 방도 많다. 심지어 어떤 방은 방장이 긴 대화로 지쳤는지(?) 코를 골며 자기도 했다.

대학생 김민석 씨는 "처음에는 스타트업이나 벤처캐피털(VC) 방을 먼저 들어가 진입 장벽이 높겠구나 생각했는데 '성대모사 방'이나 '고스펙자 금지 방'처럼 반발성 사담 방이 생긴 것을 보고 다양한 방이 생길 것 같다"며 "사람들의 창의력을 기대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미 발 빠른 인플루언서와 창작자들은 팟캐스트 등 여러 콘텐츠 실험을 하고 있다. 시각적 이미지가 중요한 인스타그램·유튜브 등과 달리 클럽하우스는 오직 음성만으로 내용을 전달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내실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초대 기반이라는 '폐쇄성' 외에도 클럽하우스는 장벽이 높은 편이다. 8일 현재까지 애플 앱스토어 iOS에만 서비스가 제공돼 안드로이드 휴대전화 사용자는 사용을 못 한다. 한국어로 정식 서비스가 되지 않아 영어로만 인터페이스가 구성된 점도 불편하다.

끊임없는 대화가 오가는 특징 때문에 '인싸들의 앱'이라는 점이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만화가 임나운 씨는 "솔직히 처음 사용할 때는 인싸 냄새에 질식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 씨는 점점 대화에 참여하며 용기를 얻었고, 친구들과 함께 '휘발 것들'이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8일 오후 10시 첫 번째 에피소드로 '오늘 뭐 했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기자 역시 지난 주말을 클럽하우스로 시간을 보냈다. 지난밤 발제 고민을 하던 기자들이 모여 신랄한 업계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30명 넘는 사람들이 대화를 들어 당황하기도 했다. 결국, 한참을 그렇게 떠들다 새벽 3시에 잠들었다. 아마 오늘 저녁 시간도 클럽하우스와 함께 보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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