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죄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피고인이 항소장에 혐의를 인정하면 이를 형법상 자백으로 보고 형을 감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훈련 용품 판매상 A 씨는 2019년 5월 다른 판매상 B 씨와 노점 위치를 두고 말다툼하게 되자 B 씨가 텐트 뭉치로 밀어 상해를 입었다며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오히려 A 씨가 허위 주장을 한 정황이 드러나 무고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텐트 뭉치와 직접 닿았다고 보이는 점퍼의 손상 부위는 복부 상처 길이보다 짧고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지도 않았으며 위치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면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항소이유서를 작성했다.
2심은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무고죄는 국가사법권의 적정한 행사를 방해하고 형사사법 기능의 낭비를 초래하는 것인 데다가 피무고자에게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주는 범죄”라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원심에서 허위 사실을 고소했음을 자백했고, 당시 B 씨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져 재판절차가 개시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형법에 따라 형의 필요적 감면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형법 153조 등은 무고죄를 범한 사람이 무고한 상대방의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자수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한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형의 필요적 감면 사유인 자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