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특례수입을 통해 이달 중순 국내에 들어온다. 이번 특례수입 물량은 한국화이자를 통해 수입할 예정인 물량과 다른 것으로, 한국화이자가 지난달 25일 신청한 코로나19 백신 품목허가 심사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공급 예정인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에 대한 특례수입을 3일 승인했다.
특례수입은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외국에서 들여올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 도입 과정에서도 이를 활용했다.
이번 특례수입은 질병관리청의 요청에 따라 식약처ㆍ질병청 합동 전문가 자문회의를 전날 열고, 백신의 안전성, 효과성, 특례수입의 필요성 등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받아 이뤄졌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는 감염내과 전문의, 백신ㆍ바이러스학 전문가 등 10명과 대한의사협회에서 추천받은 전문가 1명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구성했다.
특례수입 승인 물량은 11만 7000회분(약 6만 명분)이다. 코백스의 세부 공급일정이 확정되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이달 중순 이후부터 국내에 수입될 예정이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코백스ㆍ화이자 백신을 가입국에 공급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특례승인 등 국내절차를 완료할 것을 제시했고, 이에 정부는 신속하게 특례수입 절차를 추진해 해당 물량을 들여오게 됐다.
합동 전문가 자문회의에 참석한 전원은 화이자 백신의 특례수입의 타당성을 인정했다. 이들은 특례수입 타당성에 대해 자문한 결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긴급사용목록 등재를 승인한 점 △한국 식약처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공동심사에 참여해 비임상·임상 자료 등을 심사한 점 △전 세계 28개 규제기관에서 사용을 승인했고 다수 국가에서 사용 중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합동 전문가 자문회의는 화이자 백신의 사용연령을 만 16세 이상으로 설정했다. 이들은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 계획이 애초 16세 이상의 대상자를 포함해 효과성을 분석한 점 △전체 대상자를 포함한 예방효과가 95%인 점 △미국·유럽연합(EU)·세계보건기구(WHO) 등 승인된 모든 나라에서 만 16세 이상을 포함한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판단했다.
또 사용량의 경우 0.3㎖가 희석 용량임을 명시하고, 이를 최소 21일 간격을 두고 2회 접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화이자 백신은 mRNA와 지질나노입자(LNP, mRNA를 감싸서 보호하며 mRNA를 세포 내로 도입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로 구성된 백신인 만큼 물리적 힘에 의해 구조가 쉽게 분해될 수 있다. 이에 합동 전문가자문회의에서는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리지침’에 백신 희석, 투여방법 등을 안내할 때 ‘부드럽게 뒤집는다, 흔들지 않는다' 등 주의를 줄 것을 권고했다.
특례도입 후 이상사례 관리 및 피해보상 등 사후조치와 관련해서는 범부처 코로나19예방접종추진단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지침의 ‘Ⅷ.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를 준용하기로 했다.
화이자 백신은 임상 3상 최종효능분석에서 95%의 예방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에게서도 94% 이상의 효과가 나타났다. 화이자 백신은 최신 기술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원 유전자를 mRNA 형태로 주입해 체내에서 항원 단백질을 생성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mRNA는 변이체에 대항하기 위한 유전물질을 신속하게 다시 설계해 주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단, mRNA 백신은 제조 기간이 짧아 단기간 내 대량생산이 가능하지만 RNA 분해효소에 의해 주성분이 쉽게 분해되는 등 안정성이 좋지 않다. 또 보관·유통 과정에서 영하 70℃의 콜드체인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접종은 일선 의료기관이 아닌 접종센터에서만 가능하다.
화이자 백신은 WHO가 긴급사용목록 등재를 승인한 최초의 백신으로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전 세계 28개 규제기관에서 긴급사용승인 또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고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여러 국가에서 접종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