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들②] ‘교육용 땅’ 왜 파나…‘위기 방증’ 불필요한 자산 정리

입력 2021-02-04 04:00 수정 2021-02-0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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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학이 ‘종잣돈’으로 여겨지는 설립 자산인 교육용 기본재산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연세대학교는 1960년부터 소유해 온 인천 남동구 장수동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인 교육용 용지 임야 15만8138m²(약 4만7836평)와 수익용 기본재산인 경기도 안성시 토지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국민대는 약 13년간 소유했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제3캠퍼스’ 부지를 A 부동산 개발업체에 약 700억 원에 매각했다. 국민대는 2007년 9월 캠퍼스 증설을 위해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대 1만4149m²(약 4280평) 용지를 매입했지만 제3캠퍼스 조성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수년간 답보 상태였다.

국민대 관계자는 “물가는 오르는 데다 온라인 수업을 새로 도입하면서 인프라 구축비용 지출이 새로 발생해 재정적으로 어렵다”며 “이는 지방대학부터 서울 주요 사립대학까지 도미도로 오는 현상”이라며 “평창동 제3캠퍼스 등 교육용 기본재산을 매각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매각 차익은 교육용 대체시설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수입 줄어 ‘예비 곳간’마저 불안

대학이 재정 효율화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예비 곳간’으로 불리는 적립금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적립금은 대학이 미래를 대비해 기부금과 법인전입금 등을 아껴 모아 놓은 기금으로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기도 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 156개의 교비회계 적립금은 2013년 9조694억 원에서 △2014년 8조1887억 원 △2015년 8조950억 원 △2016년 8조217억 원으로 점점 감소했다. 2017년 7조 원대로 떨어진 후 2018년에는 7조7834억 원을 기록했다.

인건비·경상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의 적립금으로 사용되는 재정 수입원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등록금 수입이다. 국내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54%로 정부의 등록금 동결정책은 곧바로 사립대 재정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B 사립대 법인 관계자는 “대학의 재정은 등록금과 적립금, 기부금, 정부지원금, 각종 임대수입금 등으로 조성이 되는데 2011년부터 정부가 적립금을 쌓아두지 못하게 정책을 폈다”며 “등록금 동결 정책까지 겹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사립대학들이 적립금 비율을 확 줄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학은 지난해 마이너스 90억 원의 적립금이 손해가 났다”고 토로했다.

재정 위기 의식 팽배… 최후 보루까지 정리

대학의 자산은 크게 교육용 기본재산과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나뉜다. 직접 교육에 쓰이는 재산인 ‘교육용 기본재산’은 유휴재산만 처분할 수 있다. 이는 소모성 지출을 하는 행위로 대학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신호로 교육계는 해석한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사학법인이 대학 운영에 필요한 법정부담금 등 운영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재산이다. 수익용 기본재산의 처분은 고수익성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다.

앞선 법인 관계자는 “대학이 재정적으로 힘들 때 애초 수익용 기본재산부터 매각하고 최종적으로 교육용 재산을 매각하는 게 수순”이라며 “교육용 재산은 ‘최후의 보루’인 만큼 이를 처분한 것은 대학 나름대로 경영상 심각한 위기를 예상해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추가적인 온라인 강의 서버 확충 등으로 별도의 재정소요가 많았다. 무엇보다 학생 수 감소와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등록금 반환, 외국인 유학생 감소 등으로 수입이 급감했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 연구소장은 “사립대학들이 학생 수 감소와 12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대학이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충분히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지고 있던 자산을 매각하며 대학운영을 지원·투자하는 대학 나름대로 ‘고육지책’을 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충청지역 C 사립대학 총장은 “교육용 자산(부동산)은 어떻게든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하지만 최근에는 대학 사정이 어려워 차라리 국가가 수용해주길 바라는 대학이 많아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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