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뉴 LG, 아쉬운 ‘반도체’ 시원섭섭 ‘모바일’

입력 2021-02-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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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에는 두 가지 ‘눈물’이 있다.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정부의 반도체 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해 수조 원의 투자비를 들인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로 넘길 때 흘린 눈물이 첫 번째다.

1999년 1월 6일. 김대중 대통령과 면담하고 돌아온 구본무 회장은 시내 한 음식점에서 LG그룹 원로들과 셀 수 없이 술잔을 비웠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이제 모든 것을 다 버렸다. LG반도체가 어떤 회사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4년. LG는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인 ‘실리콘웍스’를 인수하며 과거 반도체 사업을 빼앗긴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하게 된다.

두 번째는 5년 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모바일 사업부의 눈물이다. 피쳐폰 강자였던 LG전자는 애플 아이폰 등장 이후 스마트폰 적기 대응에 실패했다. 그 결과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적자만 5조 원에 달하며 존폐 갈림길에 섰다.

올해 LG그룹은 두 가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먼저 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실리콘웍스를 계열분리하는 구본준 고문의 신규 지주사에 넘긴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수요 등 반도체 산업은 슈퍼 호황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무한하다.

이런 시점에 국내 팹리스업계 선두주자인 실리콘웍스를 넘기는 건 LG로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LG 가문의 계열 분리 원칙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판단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리콘웍스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실적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LG가 사업 전면 재검토(사실상 매각이나 철수)를 진행 중인 모바일 사업에 대해선 ‘시원섭섭하다’라는 분위기가 대부분이다. 과거 초콜릿폰, 샤인폰 등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LG 휴대폰이 사라지는 데에 아쉬움이 남지만, 그동안 성적표를 보면 진작에 철수했어야 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LG전자가 스마트폰 대응에 늦은 이유로 많은 사람은 ‘맥킨지 컨설팅’을 꼽는다. 스마트폰 대중화가 오래 걸릴 것이라는 맥킨지 보고서에 의존하면서 모바일 사업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물론 모바일 부진이 출발선상에서 늦은 탓만 있던 건 아니다.

이른바 ‘구본무폰’으로 불리던 옵티머스 G를 내놓은 후, G2와 G3 등이 성공했지만, 이후부터 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기본기에 집중해야 했지만, 과거 피처폰 시절처럼 새로운 시도에 공을 들였다.

천연 가죽 후면 케이스, 모듈형 제품 등 독특한 제품을 잇달아 내놨는데,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업계에선 “자기가 만들고 싶은 제품 말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무한 부팅과 업데이트 지연 등 소프트웨어 기술력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내비쳤다. 제품이 실패할 때마다 수장도 계속 바꾸며, 사업부는 끊임없는 혼란에 빠졌다.

올해 LG그룹은 반도체와 모바일이라는 주요 사업군을 떼어내게 된다. 반도체 사업의 아쉬움은 또 다른 인수합병 등을 통해 이어갈 수 있다. 또 실리콘웍스와 기존에 이어가던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하면 된다.

모바일 사업의 훌륭한 인력들은 전장 분야 및 신성장 동력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또 LG전자는 미래 사업 시너지 창출하기 위해 모바일 기술의 다양한 내재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으니, 아예 명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LG가 4세, 젊은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새로운 LG의 본격적인 출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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