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규의 모두를 위한 경제] 공매도, 이대로 재개해도 될까

입력 2021-01-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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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오야마학원대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

3월 15일 공매도 금지 기간 종료를 앞두고 재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개인투자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문제 삼으며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반면, 금융위원회는 모든 금융 선진국 시장에서 공매도가 허용된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금융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하여 주식담보대출 시 담보로 제공된 주식들을 대주해주는 방식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차입 공매도를 허용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금융위가 추진하는 방식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먼저 주식담보대출을 생각해 보자. 주당 1만 원인 특정회사 주식 1만 주를 담보로 제공하고 7000만 원의 대출을 받는 경우, 주식담보대출의 규정상 담보가치는 대출금의 140%, 즉 9800만 원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 만약 연속된 2거래일 종가가 9800원을 밑돌고, 그다음 거래일 개장 전까지 담보비율 충족을 위한 현금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출금융기관은 반대매매로 잔존 담보비율을 맞추고자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두 번째 거래일 종가가 9000원이라면, 그다음 거래일 시초에 9000원에서 15% 할인된 7950원에 4700주가량의 매도 주문을 낸다(시초에 7950원에 체결된다면, 잔존 대출금액은 3400만 원 정도가 되고 잔존 담보가치는 4770만 원 정도가 되어 담보비율140%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예제를 발전시켜 보면, 주식담보대출이 많은 종목은 공매도로 주가를 약간만 떨어뜨려도 엄청난 반대매매 물량을 끌어내어 추가 하락을 유도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주가가 추가 하락하면, 공매도 세력은 저가 매수로 공매도를 청산해서 큰돈을 벌 수 있고 주식담보대출 금융기관은 대출금 상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식담보대출 시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공매도용으로 대주해주는 것은, 공매도 세력에게 내 담보물의 가치를 하락시켜 돈을 벌어 가라는 것과 같다. 영화배우 임시완 씨가 출연한 ‘원라인’이라는 영화에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출사기단에 속아서 신체보험에 가입하는 조건(주식담보 제공)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그들에 의하여 신체를 훼손(담보가치 훼손)당하고 보험금까지 강탈당하던 장면이 연상된다.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인지한다면 자신의 담보를 공매도용으로 대주해줄 주식담보대출자들이 얼마나 될까? 결국 충분한 대주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주식담보대출 취급 금융기관들이 대주위험은 축소하고, 대주 수수료 수익으로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해야 한다. 그러다가 자칫 공매도가 특정 종목에 집중되면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제2의 DLF(파생결합펀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금융위는 대출기관들에 책임을 떠넘기지 않을까? 반대로 주식담보대출 취급 금융기관들이 충분한 대주물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공매도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탁상공론이 된다. 어느 것이나 금융위가 의도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

금융위 방안의 문제는 무엇일까?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기관들의 장기투자 물량·보호예수 물량·대주주 지분 등과 같은 별도의 대차물량을, 상대적으로 비중이 훨씬 큰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다른 개인들이 제공하는 코끼리 비스켓 정도의 대주물량을 할당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공매도 허용을 전제로 구색을 맞춘 느낌이다. 공매도를 허용하고자 한다면, 차입거래 원천을 통합한 후 투자자 그룹별로 재할당하는 등의 방식으로 균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공평한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게 했을 경우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에게 할당되는 대차 수량이 현저히 줄어들 우려가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만 특혜를 통한 부당 이익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

선진국과 우리의 시장 상황도 다르고, 또 동학개미운동 전후로 시장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실을 반영해 먼저 공평한 공매도 권한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구체적 실행 방안이 준비된 이후에 공매도 재개 시점을 논의해야 한다. 금융위의 고충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제도의 재개 시점을 논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매도의 여러 순기능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불공정한 제도를 ‘선시행 후보완’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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