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시봉쇄를 시작했고, 그에 따른 재택근무와 재택소비를 본격화했다. 홈코노미를 중국에서는 집을 뜻하는 ‘자이’를 써서 ‘자이경제(宅經濟, Zhai Economy)’라고 부른다. 10억 명에 달하는 자이경제 소비계층이 만들어 내는 시장 규모는 수십조 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자이경제의 생태계는 신선제품 커머스, 원격의료·교육·근무, 배달서비스, 스마트 소형가전, 모바일 게임 등 그 영역과 범위도 매우 방대하다. 예를 들어, IDC 자료에 의하면, 중국 소형가전 시장 규모가 2019년 4020억 위안(약 68조5000억 원)에서 2021년에는 4868억 위안(약 83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중국 온라인 교육시장도 2020년 기준 사용자가 4억 명으로 시장 규모는 4538억 위안(약 77조 32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10년 전 중국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자이경제의 기초를 마련했다면 코로나 팬데믹은 자이경제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자이경제가 본격화하면서 ‘란런경제(懶人經濟·Lazy Economy)’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란런’은 ‘게으른 사람’을 의미하는 중국어 표현이다. 란런경제는 2005년 등장한 소비 트렌드로 원래 게으른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만족시키는 상품 및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의 대표적 야식인 매운 맛을 내는 마라를 민물가재와 함께 볶은 ‘마라롱샤’의 껍질을 까주는 서비스, 반려견 및 애견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반려견을 대신 산책시켜 주는 서비스, 누워서 보는 휴대폰 거치대 등 매우 다양한 란런경제 시장이 형성되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부정적 의미의 ‘란런경제’가 바쁜 일상생활의 직장인들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긍정적 개념의 란런경제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란런경제가 중국 소비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성장하고 있다. ‘란런방(懶人坊·게으름뱅이 마을)’ 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대행 서비스 모바일앱, 전문 청소대행 업체 등 우후죽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업종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각종 일회용 생활용품 판매 및 대행서비스를 하는 란런방 O2O(Online to Offline) 지역상권들도 생겨나는 추세다. 알리바바 타오바오가 발표한 2018년 중국 란런경제의 시장규모가 160억 위안(약 2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0% 증가했고, 2020년엔 200억 위안(약 3조4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중 1995년 이후 출생한 ‘지우호우(95后)’ 란런 소비계층이 전년 대비 82% 증가하며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9년 기준 란런경제 사용자가 약 1억5000만 명으로 란런경제의 대부분은 대도시 젊은 직장인의 나홀로족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1인 가구 비중이 2018년 17%에서 2020년에는 약 20%로 증가하면서 향후 소비의 핵심계층으로 주목받고 있다. 젊은 계층의 1인 가구는 더 많은 지출을 해서라도 시간을 아끼고 남는 시간을 관심사에 투자하는 소비성향을 가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매우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한국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1인 가구의 비중이 39.2%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한국과 중국시장을 함께 고려한 투트랙 비즈니스 전략으로 변화하는 양국의 젊은 소비 트렌드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