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동맹과 함께 장기적인 대중 연합전선 구축 시사
25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다보스 어젠다’ 화상 연설에서 각국의 차이를 존중하고 내정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 출범한 미국 정권에 보내는 첫 메시지에서 바이든의 대중국 압박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견제한 것이다.
그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극복을 위해 다자주의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회복할 전망이 불확실하다”면서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다자주의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약 25분간의 ‘다자주의 횃불로 인류의 앞길을 밝히자’ 제하의 연설에서 시 주석은 ‘다자주의’를 10차례나 언급했다.
이에 대해 CNN은 바이든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비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이념적 편견을 버리고 공존과 상호이익, 상생의 길을 따라야 한다”면서 “오만한 고립주의는 항상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시 주석은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과 함께하는 대중국 압박’에 대한 경계심도 내비쳤다. 그는 “힘이 있는 자가 약자를 괴롭히거나 마음대로 결정해서는 안 되고, 다자주의라는 이름으로 일방주의를 행해서도 안 된다”면서 “원칙을 준수하고 규칙이 정해지면 모두가 이를 따라야 한다. 선택적인 다자주의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정 간섭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의 역사와 문화, 사회 제도의 차이는 대결의 이유가 아니라 협력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며 “우리는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고 협의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 노동자들에 피해를 주고 우리의 기술적 우위를 둔화시키며 국제기구들에서 우리의 동맹들과 우리의 영향력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의 ‘다보스 어젠다’ 연설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접근은 지난 수개월처럼 유지된다”고 답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전략적 인내’의 의미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바이든 정부가 동맹들과 여러 방면에서 연합 전선을 구축해 중국과의 장기전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략적 인내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대북접근 방식을 일컫는 비공식 용어이기도 하다. 오바마 전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제재 등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며 기다리는 정책을 썼다. 하지만 북한은 이 기간에 오히려 핵·탄도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했다. 이 때문에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전면전은 피하되 동맹국과 함께 중국 옥죄기에 나선다는 대중 전략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