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감원에 따르면 오는 28일 기업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앞두고 이달 초 기업은행에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징계안에는 펀드 판매 당시 기업은행을 이끌었던 김도진 전 행장에 대한 중징계가 포함됐다. 앞서 부실 사모펀드 사태로 증권사들이 중징계를 받은 만큼 기업은행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해임 권고∼문책 경고)은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 원, 3180억 원 규모로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현재 각각 695억 원, 219억 원이 환매 지연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또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낳은 라임 펀드도 294억 원 판매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우리·신한·산업·부산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2∼3월 안에 진행할 방침이다.
이날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 모임인 사기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5일 금감원 앞에서 ‘피해자 보호 분쟁 조정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의환 대책위 상황실장은 “(기업은행은) 노후 또는 사업 자금으로 쓰거나 아파트 입주하려고 안전한 곳에만 투자했던 사람들한테 안전하다며 가입하라고 했다”며 “이렇게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면 우리가 가입했겠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책은행이니 신중하게 상품을 선정하고 판매했어야 했다”며 “문제를 푸는 방법은 ‘앞으로 잘하자’가 아니라 과거 잘못한 자들을 엄중하게 징계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4일 기업은행과 대책위는 배임과 사적 화해를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날 대책위는 기업은행에 배임 이슈를 회피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와 타당성, 대법원 판례 등을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쳐 전달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공기업의 특수성을 들어 배임을 피하기 힘들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책위가 제안한 사적 화해 실무협상단 구성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책위는 금감원에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에 판매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4건에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투자 금액 100% 배상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