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격수업이 보편화된 상황에서도 수만 명의 초·중·고등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학교폭력 횟수는 직전 조사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지만 사이버 괴롭힘 같은 ‘정서적 폭력’의 비율은 증가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10월 전국의 초등학교 4학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357만 명을 대상으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295만 명의 응답자 중 2만6900명(0.9%)이 학교폭력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2018년 9월 조사에서는 약 6만 명이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학교급별로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이 1.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중학생이 0.5%, 고등학생이 0.2%였다.
가해자 유형은 같은 반 학우(50.9%)가 가장 많았고 같은 학교 같은 학년(26.1%)이 뒤를 이었다.
피해장소는 교실(32.5%)이나 복도(11.5%) 등 학교 안이 여전히 많았다. 학교 밖은 놀이터(6.6%)나 사이버공간(9.2%) 등이 주를 이뤘다.
특히 지난해 신체 폭행보다 집단 따돌림이나 사이버 괴롭힘 같은 '정서적 폭력’의 비율은 증가했다.
피해 유형을 학생 1000명당 응답 건수로 보면 언어폭력이 4.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집단 따돌림 3.8건, 사이버폭력 1.8건 등 순으로 조사됐다. 정서적 폭력 비중은 사이버 폭력, 집단 따돌림이 각각 3.4%포인트, 2.8%포인트 급증했다.
이번 조사에서 학교폭력을 가한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0.3%(9300명)로 지난 0.6%(2만2000명)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가해 이유로는 ‘장난으로’(28.1%)가 가장 많았다. 이어 ‘먼저 괴롭혀서’(17.5%), ‘오해와 갈등으로’(13.9%) 등 순이었다.
학교 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3%(6만7200명)로 전년 4.0%(14만9000명) 대비 1.7%포인트 감소했다.
한효정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지표연구실장은 “지난 조사에 비해 학교폭력 피해와 가해, 목격 응답률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서적 폭력 비중이 증가한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 강화를 위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2021년 시행계획’을 다음 달 중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매년 4월과 9월 실시되나 이번에는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지난해 9월 한 차례 시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