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섭의 중국 경제인열전] 중국 3위 부자, 쉬자인(許家印) 헝다그룹 CEO

입력 2021-01-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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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부(財富)를 만들어 세금 내고 일자리 제공…그게 사회에 보답하는 길”

매년 중국 부호 랭킹을 발표하는 후룬바이푸(胡潤百富)의 ‘2020년 신부호 500인’에서 알리바바의 마윈과 텅쉰의 마화텅에 이어 부동산기업인 헝다(恒大)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쉬자인(許家印)이 1981억 위안(元)의 자산으로 3위의 자리에 올랐다.

“고난은 나의 가장 귀중한 자산”

쉬자인은 1958년 허난(河南)성 저우커우(周口)시 변두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너무나 가난해 그가 태어난 지 일 년 만에 어머니가 패혈증에 걸렸지만 병원에 갈 돈이 없어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는 할머니의 손에 자라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벽돌 나르는 일이라도 구해 보려 했지만 일자리가 없었다. 당시 그의 희망은 농촌을 떠나 일자리를 구하고 국수를 먹어보는 것이었다. 그는 2년 동안 석탄과 사과를 시장에 내다 팔고 경비원 일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문화대혁명의 격변기가 막을 내리고 대학시험이 부활되자 그는 불철주야 공부에 매진하여 1978년 우한(武漢) 강철학원(현재 우한과학기술대학) 야금학과에 3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에서 그는 금속재료 및 열처리를 전공하였다. 하지만 그의 수중에는 한 권의 책을 살 돈도 없었고 한 끼 식사를 사먹을 돈도 없었다. 국가가 매달 제공했던 14위안의 보조금에 의지해 간신히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쉬자인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만약 국가의 대학시험 부활 정책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 농촌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고, 국가가 14위안의 보조금을 주지 않았다면 나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을 것이며, 국가의 개혁개방 정책이 없었다면 오늘날 나의 회사 헝다(恒大)는 존재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남을 위해’ 품을 팔던 젊은 시절

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1982년 철강회사에 입사하였다. 당시 직장은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국가가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이 회사에 근무한 10년 동안 그는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결과 1987년에는 정부 야금공업부가 수여하는 6개 부문의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1992년 회사에 쌓여 있던 폐기물을 팔아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한 것이 상부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회사의 조사를 받고 결국 그는 사직하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생면부지의 남부 도시 선전(深 )에 내려가 일자리를 구했다. 처음엔 50페이지에 걸쳐 자기소개서를 내면서 돌아다녔지만, 그를 원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너무 길어서 아무도 읽어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자기소개서를 두 페이지로 줄여 냈더니 다섯 곳의 회사에서 그를 원했다. 그중에서 선전중다(中達)그룹이라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는데, 평사원으로 들어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임으로 승진하였다. 1994년 그는 광저우시의 부동산 시장을 개척하여 ‘주다오화원(珠島花園)’이란 주택단지 건설과 영업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키면서 회사에 2억 위안이라는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커다란 성과를 거두면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던 그의 당시 월급은 고작 3000위안에 불과했다. 그는 그룹 회장을 만나 10만 위안의 연봉을 달라는 담판을 벌였지만 회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는 결국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제12차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열린 2017년 3월 9일 베이징의 기자회견 석상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제12차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열린 2017년 3월 9일 베이징의 기자회견 석상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7년 만에 50배 성장한 부동산 기업

1996년 그는 헝다부동산(恒大地産)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차렸다. 고작 7~8명의 직원에 자본은 거의 없었고 회사 물건이라야 손수레 외엔 없었다. 그러나 큰 성공을 거뒀던 ‘주다오화원’의 경험으로 그는 이미 부동산업의 개발과 관리 그리고 운영에 대한 탁월한 노하우와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부동산 기업들이 규모 중심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감안하여 오히려 ‘작은 면적, 낮은 가격’의 사업 전략을 구사하였다. 자신의 계획을 은행에 잘 설득하여 대출을 받아낼 수 있었고, 광저우 외곽의 농약공장 부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하여 ‘진비(金碧)화원’이라는 주택단지를 추진했다. 이 주택이 완공되자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몰려들어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광저우 부동산 시장에서 그의 명성은 크게 높아졌고, 동시에 막대한 현금이 수중에 들어오면서 사업 운영은 순조롭게 풀렸다.

성장을 거듭한 헝다그룹은 자립한 지 3년 만인 1999년 광저우의 부동산기업 중 일약 7위에 랭크되었다. 1997년 20명도 채 되지 않던 직원 수도 2004년에 이르러 2000명을 넘게 되었다. 그의 사업 전략은 이제 규모와 품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고, 사업 영역도 광저우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2010년 쉬자인의 헝다그룹은 7년 전인 2003년에 비해 모든 지표에서 50배 성장한 기업으로 발전하였다. 전 세계 어느 기업도 성취해 내지 못했던 성과였다. 평생 ‘일에 미친’ 그는 여전히 단 하루의 휴식일도 없이 사업에 매진하였다.

10년 연속 중국 내 자선사업 1위

어릴 적부터 간난신고를 겪어온 쉬자인은 “민생을 본(本)으로 하고, 산업으로 보국(報國)한다”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그는 2011년 3억9000만 위안의 기부 자선으로 중국 자선사업 1위에 오른 이래 2020년 30억 위안으로 10년 연속 수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기업을 더욱 크고 더욱 강하게 만들어 사회를 위해 더 많은 재부를 만들어내고, 국가를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며, 사회를 위해 일자리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 이것이 사회에 대한 가장 좋은 보답이다”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그가 기부한 금액은 100여 차례에 걸쳐 총 146억 위안에 이르고, 국가에 납부한 세금은 2300억 위안이며, 그가 만들어낸 일자리는 260만 개다.

▲쉬자인(왼쪽) 헝다그룹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 그룹 설립자가 2014년 6월 5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전략적 축구 협력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당시 12억 위안을 투자해 프로축구 광저우의 헝다 쪽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마윈은 쉬자인과 함께 중국 최대 프로축구팀인 광저우의 공동구단주가 됐다. 
 신화뉴시스
▲쉬자인(왼쪽) 헝다그룹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 그룹 설립자가 2014년 6월 5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전략적 축구 협력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당시 12억 위안을 투자해 프로축구 광저우의 헝다 쪽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마윈은 쉬자인과 함께 중국 최대 프로축구팀인 광저우의 공동구단주가 됐다. 신화뉴시스

프로축구 광저우 인수 아시아 강자로

2010년에는 당시 져주기 게임을 하여 이른바 ‘가짜축구’ 혐의로 중징계에 처해 있던 프로축구 광저우팀을 1억 위안에 사들여 광저우 헝다축구클럽을 출범시켰다. 이후 광저우 헝다축구클럽은 2013년 중국 축구 사상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등 명실공히 아시아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후룬바이푸가 발표한 2020년 세계 부동산업계 랭킹에서 쉬자인은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1위의 부동산업 자산가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그의 사업은 부동산업에 멈추지 않고 있다. 2016년 금융 분야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신에너지 자동차 제조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웨덴과 영국 굴지의 자동차회사를 사들였고, Hofer 및 FEV 등 독일의 유명 자동차회사와 제휴하여 본격적인 자동차 생산에 나서고 있다. 그의 새로운 목표는 15년 내에 중국 자동차 판매량 1위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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