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시총은 18조2911억 원으로 지분을 각각 30% 가량 보유한 LG전자(22조9107억 원)와 LG화학(69조1099억 원)의 기업가치보다도 낮다. 주가는 순자산가치(NAV)의 69% 수준이다.
CJ 역시 45%의 지분을 보유한 CJ제일제당의 시총(6조5787억 원)보다 절반가량 할인된 3조3991억 원으로 기업가치가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국내 지주사가 저평가 받고 있는 것은 지주사의 자회사들이 상장되어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2차전지’ 관련 기업에 투자하려고 한다면 LG화학의 최대주주인 LG보다 LG화학에 직접 투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게다가 상장된 LG화학의 가치를 LG 지주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중 카운팅이 될 수 있어서 지분 가치보다 할인 적용한다.
반면 해외주식은 지주사만 상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지주사의 가치가 높은 이유다. ‘알파벳’의 경우 자회사인 구글, 유튜브가 모두 비상장사다. 자회사의 가치가 지주사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지주사인 알파벳 시총이 1000조 원을 넘어선 이유다.
또 기관투자자들도 지주사의 가치를 일정부분 할인 적용해 박스권에서 매매하는 경향이 있다. 자회사의 가치와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따른 할인을 미리 적용하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나오면 지주사 주가가 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확산되고 있어 기업 지배구조가 중요한 투자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 관점에서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정책을 펼 여력이 있는 지주사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할인은 소액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기업의 할인율 축소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와 경영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 기업은 자회사 매각,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할인율을 축소시키는 주주친화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돼서다.
양 연구원은 “대주주나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하는데, 지배구조를 측정하는 방법으로서 배당수익률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서 “2020년 타격을 입은 에너지 산업 비중이 높은 GS가 차입을 통해 올해 DPS를 유지한다면, 주주 가치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