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요인을 만나면 몸은 위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긴장모드로 전환되는데, 이를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e system, SNS)의 활성화라 부른다. 교감신경은 심장을 강하고 빠르게 수축시키고 혈압 상승, 동공 확대 따위의 작용을 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갑자기 심장 박동과 맥박이 빨라지고, 숨도 가빠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건 바로 이 교감신경의 흥분 때문이다. 이런 때 천천히 심호흡을 몇 번만 해도 의외로 빨리 긴장이 완화되고 마음도 진정된다. 이처럼 호흡만 잘해도 긴장감이 줄어드는 건 왜일까?
호흡은 세포 활동에 필요한 산소를 들이마시고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 기능을 담당하는 신체 기관이 바로 폐(허파)다. 폐는 폐포(허파꽈리)로 이뤄진 스폰지 같은 조직으로, 이 폐포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평상시 호흡의 경우 이 폐포의 일부만을 사용하는데, 심호흡을 하면 호흡에 관여하는 허파꽈리의 수가 많아진다. 때문에 심호흡 때면 폐의 부피가 늘어나고 가슴과 복부를 구분하는 횡격막의 움직임도 더욱 커진다. 이로써 호흡 및 규칙적인 심장 활동에 관여하는 미주신경(vagusnerve)이 자극되고, 이는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부교감신경은 혈압, 심박수, 호흡수를 정상보다 낮은 상태로 조절하는 등의 기능이 있어 부교감신경이 자극되면 긴장이 풀리고 안정을 되찾게 된다. 결국 호흡에 의해 스트레스 조절이 가능하단 의미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빠르게 진정시키는 호흡법이 따로 있다고 한다.
스탠포드대학 마크 크라스노(Mark Krasnow) 교수와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잭 펠드만(Jack Feldman) 교수 공동연구팀은 어떤 호흡법이 스트레스를 가장 빨리 줄여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125명의 피실험자들을 네 개의 그룹으로 나눈 후 각 그룹마다 각기 다른 방식의 호흡법을 취하도록 한 후 손목에 장착된 장비를 이용해 참가자들의 호흡과 수면시간 그리고 심박 수를 측정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첫 번째 그룹 사람들에게는 매일 5분간 명상을 하도록 했고,두 번째 그룹 사람들은 아이들이 흐느끼며 울 때 숨쉬는 법, 즉 두 번을 연달아 숨을 들이 마신 후 한숨 쉬듯 길게 한 번 숨을 내뱉는호흡법으로 숨쉬게 했다. 세 번째 그룹은 숨을 들이마시거나 내쉰 상태에서 잠시 숨을 멈추는 방식의 호흡법을 실행했고, 마지막 그룹은 의도적으로 가쁜 숨을 쉬도록 했다. 실험결과 두 번째 그룹이 취한 호흡법이 흥분 상태를 가장 빨리 가라앉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유는 뱉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이다. 즉 ‘한숨’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몸 밖으로 빼낼 수 있는 호흡법이고, 이는 한숨 쉴 때 제일 많은 허파꽈리가 호흡 운동에 참여한다는 걸 의미한다. ‘한숨’의 위상이 달라지는 순간이다.
숨 쉬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보는지 역시 스트레스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속담이 있을 만큼 눈은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 중 하나다. 실제로 인간은 외부 정보의 70% 정도를 눈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스트레스 요인에 맞닥뜨렸을 때 가장 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역시 눈이다. 동공이 확장되고 안구가 코끝 방향으로 살짝 돌아가면서 시야가 확 좁아진다. 이런 안구의 움직임은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그 결과 사람들은 심리적 불안 상태에 놓인다. 이때 고개를 들어 시선을 멀리 두고 눈을 이리저리로 움직이는 안구운동을 하면 이 운동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자극을 받고, 이로써 공포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신경회로의 기능도 강화되는 원리에 스트레스 지수를 확연히 낮출 수 있다.
새삼 세상사에 눈 감을 수 없다면 이제 시선을 멀리 두고 호흡을 길고 천천히 하며 살아가는 게 답이란 생각이 든다. 꼭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