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관심 있는 대남·대미 분야의 메시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남북관계에서는 방역·인도협력·개별관광과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에 집중하지 말고 합동군사훈련 중단·첨단무기 도입 등 정치군사문제 우선 해결론을 꺼냈다. 이것은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을 때에도 북한은 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적대시하는 법과 제도 등의 폐지 등 근본문제 해결 우선을 주장해왔다. 대미관계에서도 핵무력 등 국방력 강화를 거대한 성과로 과시했다.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표현하고 미국이 대북적대시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강대강 또는 선대선 등 맞대응(tit-for-tat)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은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 북한이 유화적 손짓을 할 수 없는 상황임을 방증한다. 한편으로는 수위를 조절한 측면도 있다. 남북관계에서 우리 측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내에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새 정부를 향한 직접 비난을 자제하고 싱가포르 합의를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당 대회의 개최 목적이 대남·대미 메시지 발신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민생 및 생존과 체제 결속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대남·대미 부분에 있어서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판단된다.
어쨌든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앞으로 북한이 추구하는 계획과 의도가 드러났다. 5년 후 북한의 성패는 경제문제가 좌우할 것이다. 그러나 핵무기 등을 계속 개발하게 될 경우 대북제재는 지속될 것이며 자력갱생을 통해 이를 해소한다 하더라도 한계는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당 대회는 이러한 한계 속에서 내부 혁신을 통해 자구책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므로 자신들의 딜레마를 제대로 해결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예상했던 대로 조속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반드시 비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분단 이래 70여 년의 남북관계라는 것이 적대관계를 이어오다가도 여건이 마련되면 다시 관계개선으로 나아가기도 했다. 북미관계도 합의와 협상 등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긴 호흡을 가지고 전열을 가다듬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한미공조가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식 일방주의적 접근이 그동안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도출해내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바이든 새 정부 또한 동맹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꼼꼼하게 챙겨 나갈 것이다. 우리로서는 새로운 미 행정부가 ‘적극적인 관여’를 통해 북한과의 신뢰를 구축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군사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발전을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당 대회를 통해 드러난 북한의 의도·목표·발표사항들을 정확히 분석하고 한미 간 공조를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북한은 더욱 군사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대북정책·안보전략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