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정례화는 김 위원장의 ‘정상국가화’ 의지, ‘시스템 통치 체제 구축’ 의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8차 당대회 개회사는 지난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이 실패했음을 시인하고 치유책 제시, 방역 성공 등이 주요 내용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다. 즉 김정은은 8차 당대회 개회사를 통해 현 경제 난국을 최악 중의 최악으로 규정하면서 5개년 계획에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하였다”라고 경제 실패를 자인하고 자체의 힘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였다.
북한이 경제개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북한의 최고 행사인 당대회에서 최고 권력자가 육성으로 실패를 시인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사회주의 경제개발 방식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며, 북한이 변하지 않으면 진정한 경제개발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에도 변화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제 부문에 있어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며 이것이 다른 영역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이러한 북한 변화의 징조가 바다가 뽕밭이 된다는 창상지변(滄桑之變)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북한이 통렬한 자기반성을 통해서 2021년 새해에 새롭게 변화와 개혁을 시작한다면 상당히 귀추(歸趨)가 주목된다고 하겠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개회사에서 경제 실패를 자인하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형식적으로 한 것과 게을러 못한 것, 기계적으로 답습한 것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국가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김정은식 진단방식이 종래에는 찾아보기 힘든, 인과관계를 따져보는 과학적인 문제 해결방식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요인을 통해 북한이 변화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실패 원인을 객관적인 이유에서 찾지 말고 주관적인 이유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것은 5개년 개발 계획 실패의 이유 중 코로나19, 수해, 대북 제재와 같은 삼중고는 외부 및 환경요인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것이므로, 당에 대한 충성심 부족이나 자만 및 태만, 목표 달성 의지 부족 등 주관적인 이유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것과 자체의 힘을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여기서 자체의 힘이란 자력 갱생이나 자력 강화하라는 것이다. 자력갱생은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생존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1960년대 김일성이 중국의 대약진운동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지금 북한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도 한계가 있어 사실상 ‘자력갱생’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어쨌든 이번 8차 노동당 대회 개회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개발 실패 시인은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예시하고 있으며, 아울러 북한이 진일보(進一步)한 변화를 통해 정상 국가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