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애플이 현대자동차와 자율주행 전기차(애플카)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현대차가 조회공시를 통해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현대차는 협의를 진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언급을 조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성사 가능성과 파급 효과를 따지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 전기차 출시를 준비해왔다. 한때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2024년까지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소식이 다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자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양산을 염두에 두고 전기차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절감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인 제조를 넘어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뿐 아니라 구글과 테슬라 등 대형 IT업체와 스타트업들이 자동차 개발과 생산에 뛰어든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애플의 협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현대차가 전동화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대전환의 해’로 정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한 신차를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다. 이르면 4월 출시될 현대차 ‘아이오닉5’를 비롯해 기아차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등의 공개도 예정된 상태다.
E-GMP는 전기차 설계에 최적화한 뼈대다. 엔진과 변속기 등 내연기관 부품이 차지하던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는 대신 표준화한 배터리 셀과 모듈, 전용 파워트레인을 적용해 생산 효율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미국의 자율주행 업체인 앱티브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하는 등 자율주행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략적 협업도 지속하고 있다. 모셔널은 2023년부터 미국 주요 지역에서 완전 자율주행차 기반의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애플 입장에서도 대규모 양산 체계를 갖춘 현대차그룹은 매력적인 협력 상대다. 완성차 생산에서 이익을 내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연간 10만대 이상을 만들어낼 역량을 갖춰야 한다. 세계 5위권 완성차 생산 능력을 갖춘 현대차그룹은 차량 제조 경험이 없는 애플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소프트웨어를 담당하고 현대차가 E-GMP 기반의 전기차 제조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이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애플이 보유한 고객층과 기술, 풍부한 콘텐츠도 시너지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다만, 아직 확정된 사안이 없는 만큼 구체적인 사업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협력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라면서도 “현대차 설명대로 협의 초기 단계에 불과한 만큼 성사 가능성과 효과를 예단하긴 이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