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민주주의 향한 공격…트럼프 지지자들, 미국 의회 난입

입력 2021-01-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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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 총격전·최루가스 살포 등 사상 초유의 사태 발생
시위 과정서 여성 1명 총에 맞아 사망…경찰도 다수 부상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6일(현지시간) 경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6일(현지시간) 경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총격전까지 벌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상원과 하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폭력적인 시도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결과에 승복하고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민주주의 근간이 이번 충격적인 사태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N방송과 AP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오전 백악관 인근 공원에서 지지 시위를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시위에 참여해 연설하는 등 초반 분위기는 차분했다.

하지만 상·하원 합동회의 개시 시간인 오후 1시 지지자들이 의회로 행진하면서 분위기는 격화했다. 시위대는 경찰 바리케이드를 뚫고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 시위대는 의사당 외벽을 타고 내부에 들어갔다. 하원 회의장 앞을 막은 시위대로 인해 의원들이 갇히기도 했으며 의원실에 침입해 메모를 남기려 한 지지자도 있었다. 상원 회의장에 들어간 시위대는 “우리가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외쳤다.

시위대가 몰려들자 의원들은 경찰의 보호 아래 비공개 벙커로 대피했다. 경찰은 의원실에 진입하려 시도한 시위대와 근접 총격전을 벌였으며 최루가스를 살포했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날 오후 6시부터 통행금지를 명령했다. 랄프 노덤 버지니아주 주지사도 워싱턴D.C.에 인접한 알링턴과 알렉산드리아 지역에 통금을 설정하고 비상사태를 발령했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한 여성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총을 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NBC뉴스는 법 집행관이 쏜 총에 맞았다고 전했다. 의사당 건물 외벽을 오르던 남성이 9m 높이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경찰도 여러 명이 부상했으며 그 중 최소 1명은 응급실로 옮겨졌다.

의회 주변에서는 폭발물 2개가 발견돼 경찰이 해체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에 참여한 지지자 2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시위 아닌 반란…향후 4년 민주주의가 회복돼야”

바이든 당선인은 이번 사태가 “시위가 아닌 반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민주주의가 현대사에 전례 없는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민주주의의 등불과 희망이었던 미국이 이런 어두운 순간에 이른 것에 충격을 받았고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태는 폭동에 매우 가깝다. 당장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향후 4년은 품위와 명예, 법치주의 등 민주주의가 회복돼야 한다”며 “우린 인내할 것이고, 다시 승리할 것이고, 지금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성스러운 승리 박탈됐을 때 발생하는 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시위대 해산을 촉구했지만, 대선 불복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여러분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우리는 평화를 가져야만 한다. 우리는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사태는 성스러운 승리가 무례하고 악의적으로 박탈되었을 때 일어나는 일”이라며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라!”고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두둔하자, 각계각층에서 비난 성명이 쏟아졌다. 아들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은 시위대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선거 이후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무모한 행동을 이어가며 우리의 법과 전통에 대해 존경심을 보이지 않은 사실에 놀랐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마저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 공화당 내 하원 서열 3위인 리즈 체니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의 신뢰를 남용하고 지지자들의 신뢰를 오용하고 있다”며 “우리의 임무는 투표를 인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당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것이며 이는 용납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는 역사의 수치”라며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반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입 4시간 만에 시위대 해산

시위대는 오후 6시 해산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난입이 벌어진 지 약 4시간 만인 오후 6시 25분 의회의 안전이 확보됐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혼란에도 불구하고 선거 인증 표결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펠로시 의장은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국회의사당의 사용 허가를 받으면 상하원 합동회의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와 법무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통화 이후 민주당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총무 등과의 협의를 거쳤다”고 전했다. 의회는 오후 8시 회의를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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