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창구를 백화점과 면세점으로만 제한하면서 '브랜드 레벨 유지=경쟁력'을 내세워온 명품업계에서 오랜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부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와 함께 명품 소비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가 온라인 채널을 선호하는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 판매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명품업계의 온라인 선호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6일 시장조사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이커머스) 명품 시장 규모는 1조5957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1조4370억 원)보다 10.9% 증가한 수치다. 5년 전인 2015년(1조455억 원)과 비교하면 50% 이상 시장 규모가 커졌다.
온라인이 전체 명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지난해 온라인 명품 시장이 전체 명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6%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으로, 이는 명품 구매자 10명 중 1명은 집에서 명품 쇼핑을 했다는 뜻이다.
온라인 명품 시장이 성장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MZ세대의 시장 유입'이 꼽힌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은 명품을 온라인으로 사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4~5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명품을 사온 30대 직장인 조 모 씨는 최근 버버리 트렌치코트를 온라인에서 160만 원에 구입했다. 조 씨는 "매장에서 260만 원 수준인 제품을 100만 원가량 싸게 산 것"이라며 "가품일 경우 보상 받을 수 있는 믿을만한 플랫폼에서 구매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엔 유통 과정에 대해서도 잘 알게 돼 굳이 비싼 백화점에서 살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여름 구찌 핸드백을 구입한 고 모씨 역시 온라인을 통해 80만 원가량 싸게 구입했다. 고 씨는 "당시 때아닌 명품 대란이 일어나면서 백화점 매장에 줄이 길게 늘어섰는데 코로나 때문에 줄 서기가 싫었다"며 "매장과 온라인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굳이 매장에 갈 이유도 없었다"고 했다.
2030세대의 명품 소비를 바탕으로 명품 플랫폼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온라인 명품 커머스 머스트잇의 지난해 거래액과 거래 건수는 전년보다 각각 66%, 61% 늘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진 점도 명품의 온라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이커머스 누적 거래액은 약 145조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누계(135조 원)를 넘어선 수치다. 연말까지 추산할 경우 16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명품업계도 소비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까르띠에'와 '프라다'가 국내 공식 온라인몰을 연데 이어 구찌ㆍ루이비통과 함께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제품을 온라인으로 팔기 시작했다. 구찌와 샤넬 역시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톡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가방과 신발, 화장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백화점과 면세점 등 오프라인 채널이 매출 부진을 겪으면서 온라인 판매로 인한 이미지 훼손보다 수익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