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정부가 지난 6월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는데도 최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적지 않다. 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한동안 줄던 아파트 거래량도 최근 증가세로 돌아설 조짐까지 보인다. '규제 끝판왕'으로 불리는 토지거래허가제의 규제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잠실엘스 전용면적 84㎡ 신고가 경신…호가 24억원에 육박
'토지거래허가’ 규제 약발 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지난 달 24일 23억5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같은 달 22일 22억6000만 원에 팔린 지 이틀만에 최고가에 거래된 이 아파트의 현재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24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잠실동 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작년 6월 23일부터 오는 5월 19일까지 전세보증금을 승계한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 방식)가 금지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를 살 경우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실상 '주택 거래 허가제'나 마찬가지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강도의 규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단지들에선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전용 151㎡형은 지난 달 16일 33억 원에 팔렸는데, 이는 직전 최고 거래가(31억5000만 원)보다 1억5000만 원 오른 것이다.
대치동 대치삼성아파트 전용 97㎡형도 지난달 10일 25억5000만 원으로 신고가를 새로 썼고, 삼성동 아이파크 145㎡형은 같은달 28일 무려 50억 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격인 39억 원보다 11억 원이나 올랐다.
신천동 파크리오, 작년 매매 거래 3위…풍선효과로 가격도 ↑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줄었던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대치·삼성·청담·잠실동 등 4곳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제도 시행 직후인 7월 66건으로 크게 줄어든 뒤 8월 40건, 9월 40건, 10월 34건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11월 105건으로 급증한 뒤 12월에도 93건을 기록했다. 12월의 경우 아직 신고 기한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지역에선 집값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오르는 현상)가 나타나고 있다. 행정동으론 잠실동이지만 법정동으론 신천동이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매매거래가 가장 많았던 아파트 3위(261건)에 올랐다. 정부 규제가 강남 고가주택에 집중되면서 거래량 상위 아파트가 대부분 강북 외곽지역에 집중된 상황에서 파크리오는 유일하게 강남권 아파트 중 10위 안에 이름 올렸다.
아파트값도 뛰고 있다. 인근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기 전만 하더라도 파크리오 아파트 전용 84㎡형은 17억~18억 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말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21억4000만 원에 팔렸다.
대치동 맞은편 도곡동도 상황은 비슷하다. 도곡렉슬 아파트 전용 114㎡형은 지난달 12일 직전 거래가(29억 원)보다 3억 원 이상 오른 32억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포는 "정부가 규제 일색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전국이 규제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며 "강남권으로 매수세가 몰리자 토지거래허가제 역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