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의 취임사를 통해 많은 약속을 했다. “나라다운 나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든다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과의 협치(協治), 국민과의 소통, 권력기관 개혁을 강조했다. 일자리부터 가장 먼저 챙기겠다고 천명했다. 취임 후 처음 한 일이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한 것이었다.
그 약속 뭐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공정과 정의,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의 당연한 질서에 대한 기대는 허망했다. 내내 적폐청산에 매달린 그들의 정의는 한낱 아시타비(我是他非)의 ‘내로남불’이었다. 민주적 통제라는 검찰개혁은 허울이었을 뿐, 정치의 법치(法治) 농단과 정권 수사를 밀어붙이는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만 남았다. 작년 4·15 총선에서 거대 국회의석을 장악한 여당은 염치와 상식마저 팽개친 독선으로 국정을 일방통행으로 몰아가 국민분열만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가 엉망이 되고 민생의 고통만 커졌다. 정권의 경제정책 간판은 소득주도성장이었고, 일자리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 분배격차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기로 돈 버는 시대를 끊고 집값을 확실히 잡겠다며, 부동산 정책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다.
실패는 참담하다. 근로자 임금을 높여야 경제가 좋아진다는 궤변으로 최저임금을 과속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하지만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고,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만 더 힘들어졌다. 분배와 복지가 성장을 이끈다고 주장했지만 이전 정권보다 분배는 더 악화하고 빈곤층이 급증했다.
고용시장도 바닥이 안 보인다. 취업자 수, 청년실업률, 일자리를 못 찾아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 등 모든 지표가 계속 나빠지는 ‘고용절벽’이다. 작년 초 몰아닥친 코로나19 사태는 치명타다. 그러나 우리 경제와 고용은 코로나 이전부터 계속 내리막이었다. 규제에 규제가 덧씌워져 기업활력이 쇠락하면서 성장경로를 벗어난 결과이다. 경제성장률은 2016년 2.9%, 2017년 3.2%, 2018년 2.7%, 2019년 2%로 가라앉다가 작년에는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법을 찾기는커녕, 정부·여당은 경제계의 절박한 호소도 외면한 채 기업규제 3법, 노동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숨통을 죄는 입법만 밀어붙이는 역주행이다. 일자리와 소득이 줄고 생산·소비·투자가 뒷걸음하면서 경기와 고용이 계속 쪼그라드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부동산에 있어 역대 최악의 정부다. 세금 공격, 재건축 억제, 대출 차단에 거래까지 전방위로 틀어막는 반(反)시장 규제로 일관한 20여 차례의 부동산대책은 집값에 불을 지른 총체적 실정(失政)이었다. 피땀 흘려 집 한 채 일군 사람들까지 징벌적 세금폭탄에 고통스럽고, 집 없는 서민들은 내 집 장만의 꿈이 사라진 데 절망한다. 어떤 정책에도 시장은 거꾸로 반응하고,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른다는 전망이 많다. 민생의 근간인 부동산 문제를 정치화한 편가르기 정책만 쏟아내 양극화와 불균형을 키웠다.
이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인가? 실상을 깨달은 많은 사람들의 좌절과 분노가 넘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정부는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라고 말했었다. 가장 나쁜 건 이 정부는 아직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 같고, 분명한 잘못의 반성도 없다는 점이다. 경제와 국민 살림살이가 추락하는데도 실패를 부정하고 코로나 탓, 과거 정권 탓, 언론 탓의 무책임이다. 무능을 감추고 여전히 자신들만 옳다는 착각과 아집으로 “나는 그대로 간다. 따르라”는 식이다.
청와대 참모, 정부 부처 장관들 몇몇 바꿨지만, 국정 쇄신과 어긋난 불통(不通)의 돌려막기 인사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정책 전환의 어떤 신호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최대 리스크다. 남은 시간 잘못된 것이 바로잡히기는 틀린 것 같고, 정권 성공에 대한 여망(輿望)도 멀어지고 있다. 미래가 자꾸 암담해진다. kunny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