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체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경쟁 관계에 있는 외국기업들의 견제도 커지고 있다. 가히 ‘특허 전쟁’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과 경쟁을 위해서는 특허 관련 소송을 피할 수는 없다. 특히 기술개발이 빠른 IT 분야 특성상 어찌 보면 당연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특허청에 따르면 IT분야 특허 소송은 1999년 19건에서 지난해 152건으로 늘었다.
특허 방어에 약한 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날로 거세지는 글로벌 특허 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히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1월 국내 전자업계를 뜨겁게 달군 특허 관련 사건이 3가지 있었다.
AMD와 후지쯔의 합작 회사인 스팬션은 지난달 18일 국제 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스팬션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해 만든 플래시 메모리칩이 2003년 이후 전세계에서 300억달러가 넘는 매출액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또 스팬션은 1억개 MP3 플레이어,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및 기타 가전 기기 등 삼성전자의 플래시 메모리를 포함한 제품에 대해 미국 시장에 반입을 금지토록 요청하고 있다.
코닥은 같은 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사 디지털 카메라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디지털카메라 관련 특허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폰의 카메라 부분에서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코닥은 특허에 대한 손해 배상과 함께 앞으로 특허 침해 제품을 미국에서 수입, 판매를 할 수 없게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지방법원이 美 램버스가 제기한 메모리반도체 특허침해 혐의 소송 관련 사전심리에서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이 일부 특허를 침해한 것이 인정된다는 약식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미국 법원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대만 난야테크놀로지 등 3개사가 램버스의 특허 일부를 침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의 공식 재판은 내년 1월19일 열릴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양사는 “특허를 침해 한 적이 없으며 향후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특허 소송은 글로벌 IT 침체에 주요 원인이 있다”며, “경쟁 업체 견제를 위해 특허소송을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한다.
국내 전자업계의 위상이 강화되면서 외국계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 확대에 제동을 걸 목적으로 특허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실제 특허 관련 분쟁 논란이 있었거나, 로열티 계약 등 기타 합의를 통해 종료된 것을 합하면 수치는 엄청나다는 분석이다.
특허지원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1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대부분 당사자간 합의나 로열티 계약으로 종료된다"고 밝혔다.
스팬션, 코닥, 램버스 외에 국내 업체가 피고 입장에서 진행중인 특허 관련 소송은 꽤 많다.
삼성SDI는 파이어니어(PDP 분야)와, 삼성전자는 샤프(LCD 분야)와 특허 관련 소송을 진행중이다.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美 비지오와 LCDTV 특허 소송중에 있다.
국내 기업끼리 특허분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LG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드럼 세탁기 특허분쟁 중이다.
국내 업체가 원고가 되어 해외 업체를 고소하는 경우도 급증세다. 현재 LG전자는 비지오 등 2개사를 상대로 디스플레이 관련 소송, 대만 콴타와는 PC기술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피터스그룹 월드와이드, 웨스팅하우스 디지털 일렉트로닉스 등 美업체와 디지털 TV 관련 특허 소송을 진행중에 있다. 서울반도체는 니치아화학과 LED 관련, 이츠웰과는 백색 LED 소송중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IT업종은 기술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특허기술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업종 특성상 특허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허는 한 회사는 물론 산업 전반의 구조를 흔들 수 있을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특허 관련 인원을 대폭 늘리는 등 회사 기술력 보호는 물론 관련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국제 특허 소송시 회원사를 위해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회원사끼리의 특허 분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해외 경쟁업체와의 특허 분쟁 발생시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와 협의를 통해 회원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특허법인 엔트리 박승희 변리사는 "최근 IT 특허 관련 소송이 빈발하는 것은 국내 업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견제심리가 작동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특허 침해 소송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