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에 첨가물을 넣어 반죽의 맛을 내듯 각종 입자를 섞어, 원하는 물성을 가진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은 액체 상태의 갈륨(Ga)에 각종 충전 입자를 혼합한 기능성 복합소재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반도체 및 트랜지스터 제작에 필수적인 갈륨은 소비의 98%가량이 반도체 및 전자 산업에 집중된다. 하지만 우수한 물성에 비해 성형이 어려워 제조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순수한 갈륨에 다양한 충전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 한계를 극복했다. 액체 상태의 갈륨에 충전재를 혼합하면 액상 상태에서 밀가루 반죽과 같은 꾸덕꾸덕한 상태로 변형된다. 반죽 형태의 복합소재는 별다른 표면 처리 없이도 소자의 표면을 코팅하거나, 다양한 모양으로 성형하는 것이 가능하다.
충전재에 따른 응용 분야도 확인했다. 액체 갈륨에 환원된 그래핀 산화물을 혼합해 만든 기능성 복합물은 전자파 차폐 소재로 응용할 수 있다. A4 종이에 액체 갈륨과 산화 그래핀을 혼합한 복합 소재를 코팅하자, 최대 75dB(데시벨)의 전자파 차폐 성능을 나타냈다. 기존 산화 그래핀의 차폐 효율(20dB)을 3.8배가량 향상시킨 것으로 상업용(30dB 이상)은 물론 군사용(60dB 이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차폐 성능이다.
다이아몬드 입자를 혼합해 만든 복합소재는 방열 소재로도 응용할 수 있다. 순수한 갈륨의 열전도율은 약 30W/mK이다. 그러나 액체 갈륨-다이아몬드 복합 소재는 다이아몬드 입자 크기에 따라 최대 110W/mK의 열전도율을 보였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액체 갈륨과 다양한 종류ㆍ크기의 입자를 혼합하면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합금을 제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이번 연구가 CPU의 방열판, 전자파 차폐 소재, 의료용 임플란트 등 유연한 전자소자가 필요한 분야에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권위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일 자(한국시간)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