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규제' 맞선 '핀셋 경매'…지역 옮겨가며 열기 지속 전망
"올해 주거시설 법원 경매는 아파트는 물론 전세 대신 다세대ㆍ연립주택을 구하는 수요까지 더해져 계속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ㆍ수도권과 지방에선 ‘핀셋 규제’에 맞서 ‘핀셋 경매’ 현상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법원 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의 장근석 팀장은 지난달 29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 아파트 법원 경매시장 전망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지지옥션은 1983년 설립된 국내 최대 경·공매 정보제공업체다. 법원 경매가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조차도 알 수 없던 시절에 경매 정보 대중화와 투명화를 위해 문을 열었다. 경매 업계 맏형 격인 셈이다. 장 팀장은 지지옥션 기획팀에 총 6년여간 몸담으며 경매 관련 교육을 위한 콘텐츠 제작과 도서 출간,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경매 데이터 제공, 유튜브 콘텐츠 생산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법원 경매도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3월과 8~9월, 12월 등 3번에 걸친 법원 휴정권고 조치에 입찰 진행이 무더기로 미뤄졌고, 15만 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됐던 경매 진행건수는 14만 건을 겨우 채웠다.
입찰 진행조차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작년 법원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년(69.9%)보다 오른 72.7%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이는 지난해 유독 두드러진 아파트 등 주거시설의 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경매 낙찰건수는 총 4만9000건으로 이 중 주거시설 낙찰건수가 2만3300건을 차지했다. 48%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95.2%로 해당 통계 분석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팀장은 "아파트 선호현상 심화와 개정 임대차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으로 인한 전세 품귀 등이 영향을 미쳤고, 일반 부동산시장과 달리 경매가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강남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라도 경매로 취득하면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자금조달계획서나 증빙 역시 제출하지 않는다.
그는 올해 아파트 등 주거시설 인기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점쳤다. 장 팀장은 "전체 경매 진행건수에서 주거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엔 50%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는 물론 경매를 통해 전세 대신 연립ㆍ다세대주택을 구하는 수요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크고, 서울에선 경매물건 수가 계속 줄어 나오는 족족 낙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ㆍ수도권과 지방은 규제를 피한 ‘핀셋 경매’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장 팀장은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서울 부동산시장 규제를 피해 김포지역 아파트가 경매시장을 달궜고,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뒤 파주로 불씨가 옮겨 붙었다"며 "지방에서도 아파트 경매로 규제를 피하려는 투자자들의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 경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해서 관련 지식 없이 따라가기 식으로 진입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경매는 중개업소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보고 책임져야 한다"며 "법원 입찰법정에서 아파트 경매 현장을 관찰하고,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등기부 등본을 떼어 내용과 개념에 친숙해진 뒤 세부 내용을 습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와 법원 경매의 접근성을 더 높이기 위해 온라인 경매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매 통계를 분석하면 낙찰률이 30%에 불과하다. 이는 10개 중 6개 이상의 물건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는 원활한 채권 회수를 어렵게 하고, 다시 입찰을 준비하는 사회적, 행정적 낭비로 이어진다. 온라인 경매를 도입하면 젊은층에 진입장벽이 낮아져 시장 참여자가 늘고, 경매의 질적 발전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