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생 김유진’이 사는 법] “리더님만 믿어요” 사회 초년생 주린이의 하루

입력 2021-01-01 05:00 수정 2021-01-0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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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0만원 주식방 보며 출근 …점심은 오롯이 ‘매매’

“좋은 아침입니다”, “출첵합니다.”

아침 6시. 주식 리딩방(종목 추천 단체 대화방) 멤버들의 인사가 아침을 깨운다. 이곳은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유료 주식 리딩방. 짧은 시간 안에 주식시장을 공부하기가 어려웠던 박지민(30·가명) 씨는 월 30만 원의 소규모 리딩방에 가입했다. 월 2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유료 리딩방도 있었지만, 사회초년생인 지민 씨한테는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개장 전 주요 이슈 점검. 뉴욕 증시, 유가, 금, 역외 환율….’ 오전에 살펴봐야 할 지표가 쉴 새 없이 올라온다. 출근길 지민 씨는 단톡방에 올라온 자료들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8시 55분. 증시 개장을 5분 앞둔 채팅방에선 ‘자칭’ 전문가들이 종목을 추천해준다. 오늘의 추천 종목은 L사. 리더는 그럴싸한 근거를 들어 매수가를 정해줬다. “리더님만 믿는다”는 회원들의 답글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지민 씨는 올해로 3년 차 직장인이다. 지민 씨가 주식을 시작한 건 올해 3월, 학자금대출을 모두 상환했을 때다. 부의 대물림은 기대하기 어려웠던 지민 씨는 대학 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졸업 후에도 1000만 원가량의 대출이 남아 있었다. 이제야 오롯이 저축할 수 있게 된 지민 씨는 미래를 계산해봤다. 남들은 잘만 하는 것 같은 서울에 내 집 마련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 최소 단위가 5억 원인 서울 아파트값은 월급 3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는 아무리 저축해봤자 답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지민 씨의 하루는 주식으로 시작해 주식으로 끝난다. 점심시간에는 주식으로 돈 좀 벌었다는 옆 부서 선배에게 커피를 사며 조언을 얻는다. 리딩방에 의지하다 수천만 원 손실을 본 후배 얘기, 바이오 종목에 몰빵해서 수익을 본 얘기, 조급해하지 말라는 선배의 조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잡담 중에도 손에서 휴대폰은 놓지 않는다. 바쁜 업무 탓에 매수· 매도할 타이밍이 점심시간밖에 없는 탓이다.

장이 끝나는 3시 반. 리딩방에는 그 날의 수익을 인증하는 증권계좌 캡처 사진이 올라온다. 아침에 찍어준 종목은 리더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장을 마쳤다. 수익을 본 회원들에게는 “축하한다”는 답글이 이어진다. 종목을 매수하지 않은 지민 씨는 후회막심이다.

야근까지 마친 9시가 넘은 시간. 저녁을 먹고 곧바로 주식 유튜브를 시청한다. 리딩방 리더에 의존하지 않고 주식투자 고수가 되는 게 지민 씨의 목표다. 고된 업무로 눈꺼풀이 무겁지만 저조한 수익률로 마음은 더 무겁다. 하지만 주식 말고는 대안이 없다. 하루빨리 종잣돈을 마련해 부동산투자까지 도전해야 한다.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온다”는데, 자꾸만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민 씨는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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