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불확실성에 자금 수요도 커져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수수료 재미를 톡톡히 봤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수수료 수입이 1245억 달러(약 135조500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미국 5대 은행들에 수수료 수입이 집중됐다. 이들이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은 총 370억 달러로 전체의 30%에 달했다.
투자은행의 수수료 수입 급증은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보잉과 에어비앤비, 소프트뱅크 등 기업들이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선 영향이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현금 확보 차원에서 회사채 발행을 대폭 늘렸다. 기업들이 올해 발행한 회사채는 5조 달러가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회사채 발행 주간사인 투자은행들의 수수료 수익도 늘어났다. 올해 회사채 발행에 따른 수수료 수익은 429억 달러로 전년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25% 증가했다.
기업공개(IPO)와 신주 발행의 대폭 증가도 투자은행들의 주머니를 채워줬다. 올해 클라우드 기반 스타트업 스노우플레이크와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도어대시 등 대어들의 상장이 줄줄이 이어졌다. 기업들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3000억 달러로, 2007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투자은행들이 IPO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은 90% 치솟은 130억 달러로 2000년 이래 최대치다. IPO를 포함해 주식 발행에 따른 수수료 수입은 320억 달러로 지난해 전체 수수료 수입 183억 달러의 두 배에 가깝다.
제이슨 골드버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는 “주식과 회사채 발행 모두 매우 활발한 해였다”면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대차대조표 강화를 위해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IPO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수수료 수입은 인수합병(M&A) 자문료 수입 감소를 상쇄했다. M&A 부문은 상반기 주춤한 영향으로 수수료 수입이 전년보다 10% 줄어든 296억 달러에 그쳤다.
IPO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곳간은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수수료 수입은 늘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주가는 하락세다. 대형은행들이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막대한 규모의 대출손실을 예상해 부담금을 쌓아둔 영향이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주가를 지수화한 KBW은행지수는 올해 14%가량 급락했다. 5개 대형 은행 가운데 모건스탠리 주가만 올해 30% 이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