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그의 인성과 자질 문제를 들어 강하게 반대했지만 무시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요식절차였을 뿐, 문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임명을 밀어붙인 26번째 장관급이다. 청와대의 ‘불통(不通) 인사’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문제는 그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안정시키고, 엉망이 된 부동산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적임자인가 하는 것이다. 변 장관은 주택공급을 확대할 구체적 대안을 갖고 있다고 말해 왔다. 내세운 정책은 도심 역세권 및 준공업 지역 고밀도 개발, 공공주도 정비사업, 3기 신도시 등의 환매조건부 주택 도입을 통한 공공자가주택 공급 등이다. 이들 통해 수도권에 대량으로 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책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부동산 전문가나 시장의 반응은 이미 부정적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주택공급의 공공주도 방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참여로 정비사업을 확대하되, 임대주택이나 기부채납 등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전제다. 정부는 그동안에도 같은 방법의 공공재건축을 도입했지만 민간 아파트단지의 참여가 극히 저조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변 장관은 정부가 지금까지 수도 없이 쏟아낸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무차별 시장 규제와 주택 보유세 강화 등의 기존 정책 기조를 답습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집값 폭등이 투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택 대출과 세금 규제를 고집하면서, 전세시장의 심각한 혼란과 가격 급등의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는 임대차법도 계속 가져가겠다고 한다.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고, 내년에도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KB국민은행이 시장 전문가와 중개업소, 학계, 건설 및 금융업계를 대상으로 조사해 29일 내놓은 ‘2021년 KB부동산보고서’는 내년 주택가격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상승폭이 올해보다는 축소되겠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5% 안팎, 비수도권은 1∼3%의 상승률을 점쳤다. 공급물량 부족과, 전세시장 불안에 따른 매매수요 증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한 매물 감소 등이 가격을 올리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금 주택시장의 본질적 문제는 그동안 정부의 제대로 된 공급 정책이 없었던 것과 함께, 반(反)시장의 과잉규제만 쏟아내 시장질서를 심하게 망가뜨린 데 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공급의 핵심인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하지 않고는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이 외면하고 실효성도 의문인 공공주도의 틀에 갇혀서는 또다시 정책 실패와 집값 상승의 악순환만 가져올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