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업 10곳 중 8곳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요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과 미ㆍ중 갈등 심화 등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의 증대로 기업들의 미래 예측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사업계획 수립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전국 2300여 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내년 사업계획의 수립 여부를 조사한 결과 ‘아직 수립 못 했다’라고 응답한 기업이 84.3%에 달했다. 수립을 완료한 기업은 15.7%에 불과했다.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기업의 절반(49.7%)이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매출 목표·사업 전략 수립이 어렵다’라고 이유를 댔다. 코로나19 등 현안대응으로 수립이 지연됐기 때문이라는 기업도 31.4%였다.
'사업계획 수립이 해를 넘길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21.6%에 달했으며, '수립하는 중'이란 곳은 78.4%였다.
연내 사업계획을 수립한 기업조차 내년 기업체 운영은 '보수적으로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보수적인 사업 운용을 예고한 기업은 63.7%로, 공격적으로 할 것이란 기업(36.3%)을 크게 앞섰다.
이는 결국 투자와 채용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올해와 비교한 신규채용에 대한 질문에 ‘비슷할 것’(59.7%)이란 응답이 가장 많은 가운데 ‘줄일 것’(28.3%)이란 응답이 ‘늘릴 것’(12.0%)이란 답변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한 이유는 코로나19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82.2%의 기업은 ‘코로나 불확실성 증대로 소극적 경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수적인 사업 운용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국내시장 포화로 투자처 부재(11.5%) △환율 변동성 확대(1.6%) △서비스 신산업 등 신규투자 기회 봉쇄(1.0%) 등도 보수적인 경영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한편, 기업들은 내년 초반에도 경기가 계속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상의가 내년 1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직전 분기보다 17포인트 상승한 75로 집계됐다.
BSI는 100 이상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라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벌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도 1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1.7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대비 7.2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두 기관의 경기전망은 수출 회복세와 해외 백신 접종에 따른 기대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올해 1분기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 등으로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이 긍정보다 우세한 모습이었다.
대한상의는 “코로나19 적응력이 지금보다 부족했던 시기에 대한 기저효과가 작용했음을 인지해야 한다”라며 “여전히 기업들은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늦은 국내 백신 공급과 변종 코로나 확산, 미·중 갈등 증폭 등 대내외 불확실성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제조업보단 비제조업의 체감경기가 더 비관적이었다.
한경연 조사 결과 서비스업을 포함한 비제조업의 체감경기는 86.9로, 제조업(95.2)을 밑돌았다. 제조업의 BSI는 전월과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같은 기간 비제조업은 16.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는 거리두기 심화에 따른 내수침체 우려가 비제조업의 공포 심리가 되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한경연은 “코로나19 1차 유행 시기였던 3~4월에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전망치가 2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직격탄을 맞았으나, 이번 3차 유행 시기에는 비제조업 전망치만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조업의 경우 최근 반도체 업황 호조 및 전방산업 회복세에 따른 수주 증가 기대가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경기인식을 어느 정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한경연 BSI 부문별 전망에서 자금 사정(92.3) 수치가 대금 회수 지연과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대출여건 악화 영향으로 지난달보다 6.9포인트 하락하며 부정적인 전망이 크게 확대됐다.
한경연은 “최근 기업들의 부채 규모가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자금 사정 어려움이 지속해 기업 부실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과감한 경제정책 기조 전환을 통해 기업들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