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셋값ㆍ넘치는 유동성 등이 원인
집갑이 내년에도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진정되지 않고 있는 전셋값이 매매가격 을 떠받치고 있는 데다 넘치는 유동성 등 올해 집값을 밀어올린 요인들이 내년에도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28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주택시장 매매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지수 중 하나인 매매가격 전망지수가 이달 전국 기준 125까지 치솟았다. 이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3년 4월 이후 역대 최고치다.
이 지수는 전국 4000여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2~3개월 후 집값이 상승 또는 하락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0~200 범위의 지수로 나타내는데, 기준선인 100을 초과하면 '상승', 반대로 100 아래로 떨어지면 '하락'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대구(133)와 울산(131), 경북(131)이 130을 넘어서면 높은 수치를 높였고, 서울(124), 경기(128), 대전(124), 충남(125), 경남(124)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도 내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일제히 점치고 있다. 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이 집값을 떠받치고 치솟는 전셋값이 매맷값을 연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새 임대차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 등으로 인한 전세 매물 잠김과 월세 전환 활발,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 대기수요 증가가 전셋값과 매매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라며 "전세난이 장기화하면 서울 외곽지역을 비롯해 경기 일부 지역에서 중저가 아파트 매입 사례가 늘면서 수도권 전체 집값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이 무섭게 치솟으면서 매매가격과의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수도권에선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지난 11월 기준 66.8%를 기록했다. 9월(64.7%)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이에 한동안 잠잠하던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마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전셋값이 오르면 갭투자가 늘고, 이는 다시 집값을 밀어올리는 악순환을 연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입주 물량 감소도 불안 요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7만3649가구로 올해(36만2815가구) 대비 25% 가량 감소한다. 최근 5년(2016~2020년) 평균 입주 물량과 비교하면 무려 30% 줄어든다. 특히 입주 물량이 올해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는 서울(2만8931가구)과 1만 가구 가까이 쪼그라드는 부산과 경남의 경우 전세난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 아파트 공급이 전국적으로 줄고 전세난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자 그간 외면받던 미분양 아파트마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2만6703가구로 2003년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다만 이같은 상승 압박에도 내년 집값이 올해처럼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하긴 힘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둔화,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부담 등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