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우리는 어려운 한 해의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 백신이 모든 EU 국가에 배송됐으며, 내일 EU 전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EU 백신 접종은 감동적인 단합의 순간이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영구적인 길”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지난 21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조건부 판매승인 권고를 받은 데 이어, EU 집행위원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EU는 이 백신을 약 3억 회분 확보하고 있으며, 인구에 따라 회원국에 분배한다. 앞서 EU 집행위는 화이자와 2억 회 투여분의 백신 구매와 추가 1억 회분 구매를 선택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상당수 EU 회원국들은 약속된 첫 백신 물량을 확보, 27일부터 화이자 백신의 대량 접종 프로그램을 가동하게 됐다. 독일과 스위스,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은 미리 백신을 공급받아 이날부터 의료진과 장기요양시설 입주자 등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독일은 애초 27일 백신 접종을 공식적으로 개시하기로 했지만, 다른 회원국보다 하루 이른 이날 작센안할트주의 한 고령자 요양원에서 백신 접종에 나섰다. 독일 당국은 이날 해당 요양원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직원 등 50명을 대상으로 첫 접종을 시작했다. 헝가리 역시 이날 오전 4875명분의 백신이 도착하자 수도 부다페스트에 있는 코로나19 치료센터로 지정된 대형 병원 2곳에서 의료 및 보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접종을 개시했다. 슬로바키아 당국도 마찬가지로 다른 회원국보다 하루 이른 이날 밤 첫 접종에 나설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다른 회원국들에도 1차 백신 물량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날 벨기에 화이자 공장에서 출발한 냉동 트럭이 1만9500회 접종분의 백신 물량을 싣고 파리에 도착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를 재포장한 후 북동부 스브랑의 병원, 중동부 다중의 요양원 등에 보내 내일부터 접종을 시작할 방침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도 백신이 순조롭게 전달됐다. 스페인 정부와 로마는 신속하게 백신을 다시 각 지역에 실어나른 뒤 다음 날부터 백신 접종에 돌입한다. 이밖에도 폴란드,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루미니아 등이 이날 백신을 받아 27일부터 공급에 나설 방침이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으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미국에서 약 4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95% 이상의 높은 예방 효과를 나타냈으며, 제대로 된 임상시험을 거쳐 정부의 사용 허가를 받은 세계 최초의 백신이 됐다. 영국이 지난 8일 가장 먼저 해당 백신의 접종을 개시했으며, 이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도 접종을 시작했다. 뒤이어 인구 4억5000만 명의 EU도 화이자 코로나 백신을 첫 번째로 승인한 것이다. EU는 의료 종사자와 고령자 요양원 거주자 등을 최우선으로 단계적 접종을 시작, 전체 27개 회원국의 70%를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부터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EU 대부분 국가에서 연내 1차 접종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대다수 일반인까지 백신을 맞으려면 적어도 내년 1분기 말은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 접종의 본격화는 코로나19 재유행 및 전염력이 더 강해진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대륙에 있어 희망의 불씨가 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이달 중순 기준 EU 27개국에서 약 1400만 명의 누적 확진자와 33만6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들어서는 기존 바이러스 대비 70%가량 전염성이 더 강한 변종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덴마크,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위스 등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된 백신이 변종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우려를 다소 잠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