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기금 적자 전환
특고ㆍ플랫폼 편입땐 적자 가중
기존 가업자ㆍ사업주도 부담
정부가 23일 발표한 '전 국민(취업자 2100만 명) 고용보험 로드맵'이 2025년까지 시행되면 특수고용직 종사자(특고), 플랫폼 종사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들도 실직 또는 폐업 시 실업급여 혜택을 받게 돼 고용 안전망이 더 두터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직 가능성이 큰 이들까지 고용보험 가입자로 편입시킬 경우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이 악화돼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 및 국가 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쇼크로 실업급여·고용유지지원금 지출이 크게 늘면서 고용보험기금(이하 기금)이 확 쪼그라든 상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기금이 3조2602억 원의 적자(수입-지출)가 예상된다. 작년 2조877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 1조 원 넘게 적자 폭이 커지는 것이다. 2017년 10조 원 넘게 쌓여 있던 기금 누적 적립금도 올해 말 4조 원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기금 재정 전망도 암울하다. 정책처는 특고 고용보험 적용 시 해당 기금이 2021~2024년 흑자를 보지만 2025년부터 적자(-176억 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만약 여기에 플랫폼 종사자 등까지 더해지면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대적으로 입직·이직이 자유로운 특고 등 취약계층이 고용보험에 편입되면 결과적으로 기금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고용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돼 기존 가입자와 사업주의 부담이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해 보험료율을 1.3%에서 1.6%로 올린 바 있다. 이는 실업급여 지급액이 많아지면 정부가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성 교수는 “보험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가 재정 부담은 커질 수 있다”며 “기금 부족 때마다 정부가 예산으로 보전해주고,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을 늘린다면 국민 혈세가 더 많이 투입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고용 쇼크로 기금 지출 큰 폭으로 늘자 5조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해 기금 부족분을 채워줬다. 또 저소득 특고, 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금(594억 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에 따른 사업주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올해 정부의 특고 고용보험 적용 입법 과정에서 경영계가 전속성이 낮고, 실직 위험도가 높은 특고 상황을 고려해 의무가입이 아닌 임의가입과 사업주보다 특고 보험료 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강력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 국민 고용보험 적용 추진은 바람직하나 특고 등 취약계층의 고용보험 적용이 확대되면 사업주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면서 “사업주가 50%를 부담하기보단 실업급여 수급 빈도, 소득 정도에 따라 가입자가 더 많이 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