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전문가들의 직언을 무시했다거나 뒤늦게 참모진을 질책했다는 일부 언론과 야당의 비판에 대해 22일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이 마치 백신 확보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처럼 과장·왜곡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비공개 회의 메시지를 포함해 백신과 관련해 그동안 문 대통령의 행보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첫 백신 행보는 4월 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대통령은 당시 경기도 성남시 소재 한국파스퇴르 연구소를 방문해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확실히 돕겠다”면서 백신 개발에 2,100억 원 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개발한 치료제와 백신은 (코로나가 끝나도)비축하겠다. 끝을 보라”고 강조했다. 그런 뒤 기존 ‘산학연병’에 ‘정’까지 포함한 범정부적 상시 지원체계를 지시했다.
이튿날인 10일에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인 빌게이츠와 전화통화를 갖고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게이츠 재단은 통화 이후인 5월에 SK바이오사이언스에 360만 달러(44억 원)의 백신개발을 지원했으며, 이번 달에도 1,000만 달러(109억 원)지원대상으로 선정했다.
12일에는 문 대통령 지시로 코로나 치료제ㆍ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 구성이 발표됐다, 이 지원단은 현재까지 가동 중이다. 이어 14일에도 국무회의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 바이오 의약 수준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국무위원들에게 강조했다.
7월 20일에는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의 출범이 백신과 치료제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고, 21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을 위탁받아 생산키로 한 사실 등을 보고 받고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9월 8일에는 국무회의에서 질병관리청 승격에 맞춰 백신 치료제 개발을 독려하고 “국립보건연구원 아래 국립감염병연구소 신설 백신개발 지원 등을 통해 감염병에 대한 대응능력을 높여 달라”고 주문했다. 15일 참모회의에서는 코로나 백신 상황을 챙긴 뒤 “코박스, 글로벌 제약사 등을 통해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해 두라”고 지시했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SK바이오사이언스 방문(10월 15일), 송도 바이오산업 행사(11월 18일) 등에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독려했다.
11월 24일 열린 내부 참모회의에서는 “백신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우리가 배송 취급과정에서 부주의가 있지 않는 한 과학과 의학에 기반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30일 회의에서는 “과하다고 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라. 대강대강 생각하지 마라.”는 질책성 지시가 있었다.
이어 12월 8일 있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보고 때는 “재정 부담이 커도 백신 물량 추가확보를 지원해 주도록 하라”고 재차 지시했다는 것이 강 대변인의 설명이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의 백신관련 행보를 ‘최소한’도로 정리한 것"이라며 "대통령 지시로 인해 정부는 백신주권 확보를 위해 2,186억 원의 예산(3차 추경 1,936억 원 포함)을 지원해왔다. 또한 4,400만 명 분의 해외백신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통령께서도 5부요인 초청간담회에서 언급하셨듯이 백신에 재정과 행정을 지원한 생산국이 자국에 먼저 접종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강 대변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구심은 남는다. 설명대로라면 문 대통령은 9월까지 백신과 치료제 '자체개발'을 독려하는데 주력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물량 확보를 지시한게 전부다.
모더나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를 통한 백신 물량확보 지시가 나온 것은 9월 15일 비공개참모회의가 처음이다. 전문가들이 연초부터 글로벌 제약사를 통한 백신 확보를 주문하고,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이 7월에 이미 1억 회 분이 넘는 물량에 대해 계약을 체결한 점을 감안하면 "늦었다"는 비판은 여전히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