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기대 속에 시작했던 2020년대의 첫 출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절망으로 얼룩졌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는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퍼지면서 막대한 인명 피해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촉발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격렬해지고 미국은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는 등 곳곳에서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영향은 참으로 막대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연초의 혼란을 딛고 반등, 미국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스페이스X가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리면서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활짝 여는 등 희망적인 소식도 있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불, 허리케인 등 각종 재난은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을 상기시켰다.
▲페루 리마의 대성당에서 6월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약 5000명의 사진을 걸어놓고 이들을 애도하는 성체축일 미사가 열린 가운데 카를로스 카스티요 대주교가 향로를 흔들며 축성하고 있다. 리마/AP연합뉴스
올해는 역사에서 단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코로나19.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으로 160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가 닥쳤다. 혼란 속에 빈부 격차와 각국의 이기주의가 심화하면서 이 전염병은 세계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② 미국 정권 교체…트럼프 가고 바이든 시대 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7일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연설을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키스를 날리고 있다. 윌밍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패배 소식이 전해진 11월 7일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 대선 1년간의 여정이 끝나면서 마침내 도널드 트럼프 시대가 가고 조 바이든 시대가 오게 됐다.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11·3 대선에서 각각 7000만 표 이상으로 사상 최다 득표 당선인과 패배자가 됐고, 바이든은 내년 1월 78세로 사상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 되는 등 온갖 기록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분열과 대립이 심화했다.
③ 미·중 갈등 격화...골 깊어지는 ‘新냉전’
▲중국 경찰들이 7월 27일 쓰촨성 청두 미국 총영사관 앞에 배치돼있다. 중국은 이날 폐쇄된 미 총영사관을 접수했다. 청두/AP뉴시스
올해 초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 갈등 완화 기대감을 키웠던 미국과 중국은 보복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다.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둘러싸고 시작된 균열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으로 절정에 달했다. 양측은 전선을 무역·외교·기술·군사 전방위로 확대, ‘신냉전’을 벌이며 세계를 긴장시켰다.
▲11월 24일 미국 증시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 선을 돌파한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걸린 전광판에 이 소식이 나타나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위축, 전례 없는 경기침체에 직면했지만, 미국 증시는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 3만을 돌파했고,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3700과 1만270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쏟아진 풍부한 유동성에 저금리 환경, 기술주 투자 열풍까지 겹쳐 증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롬 파월(왼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6월 30일 국회의사당에서 코로나19 대응 주제로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가 돈 풀기에 나서면서 전 세계가 다시 ‘큰 정부 시대(era of big government)’로 되돌아갔다. 미국만 하더라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월부터 21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약 4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을 통과시켰다. 각국 정부의 재정 부양 규모가 급증함에 따라 글로벌 부채는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홍콩에서 1월 19일 민주주의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시작된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가 올해까지 이어졌고, 이는 태국 등 다른 아시아 지역 민주화 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홍콩의 민주화 열기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추진으로 다시금 불이 붙었다. 태국에서는 총리 퇴진과 개헌은 물론 그동안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 요구로까지 번졌다.
⑦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개최는 여전히 미지수
▲12월 1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마린파크에 재설치된 오륜기 조형물 앞에 마스크를 쓴 남성들이 서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애초 7월 개막 예정이던 도쿄 하계올림픽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1년 연기됐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연기에 드는 추가 비용만 3조 엔(약 32조 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내년 3월 25일 후쿠시마현 J빌리지에서 성화 봉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올림픽 개막일은 7월 23일이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됨에 따라 개최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⑧ 하늘길 막힌 항공 업계 ‘극한 생존’ 몸부림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12월 11일 대기 중인 버진애틀랜틱 여객기에서 한 승무원이 마스크를 낀 채 텅빈 기내를 둘러보고 있다. 런던/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에 하늘길마저 막히자 글로벌 항공사들은 휴업을 선언하거나 자회사를 처분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생존투쟁에 나섰다. 폐업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외국 상공을 찍고 돌아오는 ‘무착륙 국제관광’ 상품과 기내식 배달 판매 등 새로운 서비스도 등장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항공업계 손실 규모가 118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⑨ 스페이스X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민간 우주여행시대 눈앞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을 실은 팰컨9 로켓이 5월 30일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우주로 향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AP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리며 민간 우주여행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스페이스X는 5월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 시범 운행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11월에는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크루드래건 1호를 무사히 발사했다. 스페이스X는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 정기 노선 승인을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카운티에서 8월 21일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나파카운티/AP연합뉴스
산불과 홍수 등 2020년은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로 가득했다. 미국 서부에서는 산불 피해 면적이 서울시의 30배에 달했고, 중국은 역대 최악의 홍수로 14조 원의 재산 피해를 봤다. 올해 기후재난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5000만 명을 넘었다. 각국 정부는 기후 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