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에 따르면 하버드대 관계자는 보겔 교수가 이날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향년 90세. 사인은 정확하진 않지만 수술 후 합병증으로 알려졌다.
1930년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보겔 교수는 웨슬리언대학을 졸업, 하버드대에서 다시 사회학을 전공한 뒤 1958년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내 최고의 동아시아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일생을 일본과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연구로 보냈다.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2년간 일본어를 공부하고, 현지 중산층 가정 구성원들과 직접 인터뷰한 내용 등을 정리해 ‘일본의 신 중산층(1963)’으로 출간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하버드대 교수와 하버드대 동아시아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1979년 출간한 ‘재팬 애즈 넘버 원’은 일본에서 단숨에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이 책에서 그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의 고도 성장 비결에 대해 연공서열 등 사회 제도와 근면을 꼽으며 미국도 이를 반면교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전문가로도 알려진 그는 1987년에는 8개월간 중국에 머물렀고, 2000년 강단에서 내려온 후에는 ‘중국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 연구에 몰두했다. 연구의 집대성으로 2011년 출간한 ‘덩샤오핑 평전’은 중국어로도 번역돼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 등 중화권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 셀러가 됐다.
한국에는 1965년 처음 방문한 후 여러 차례 다녀갔고, 하버드대 동아시아연구센터 소장으로 있으면서 한국인 제자도 여럿 길러냈다. 2011년 출간한 ‘박정희 시대’에서는 한국 국가 발전의 기초를 놨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은 중국 덩샤오핑과 같은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그는 한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넓은 비전을 갖고 박정희 시대에 불가능했던 진전을 일궜지만, 그가 1961년에 집권했다면 박정희와 같은 경제 발전을 이뤄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