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9일. 이날은 노동계의 최대 현안이었던 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 등 소위 노조3법을 비롯하여 7개 노동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날이다. 이들은 모두 기존의 노사관계 틀을 완전히 바꿀 정도로 쟁점이 많은 법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는 공수처법, 국정원법 등 권력기관 개혁을 우선 입법과제로 내세우면서 노동 관련 입법은 뒷전으로 밀려나, 제대로 된 토론이나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거대 여당의 입법폭주로 마무리되었다. 대통령의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시점에서 공약 사항을 이행하려는 의도는 이해하나, 벌써 졸속입법에 따른 파열음이 나오는 등 향후 노사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번 노조3법의 통과는 1991년 ILO 가입 이래 가장 획기적인 일이다. 그중에서도 해고자·실업자를 비롯하여 5급 이상 고위 공무원과 소방대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점과,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금지 규정을 삭제한 점은 다소 파격적이다. 이로써 공공부문의 노동운동이 한층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개정으로 전교조 해직 교사들의 노조가입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하게 되었다는 점은 퍽 다행스런 일이다.
한편 해직자의 노조가입은 허용하되 사업장 출입의 제한 및 생산시설 쟁의금지를 규정한 개정안 단서조항이 삭제되어 뒷맛이 개운치 않다. 특히 이번 노조법 개정에서는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및 부당노동행위 처벌규정의 선진화가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는데, 입법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경영계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등을 양보하는 대신 최소한의 ‘방어권’ 차원에서 주장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아 전반적으로 균형을 잃은 입법이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현 정권하의 기울어진 노사관계는 이번 노조법 개정으로 더욱 경도된 듯하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다. 아직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같은 더 센 규제법이 국회 문턱에서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 감독법 등의 제·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3법까지 통과됨에 따라 기업을 둘러싼 고용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다. 정부는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3.2%로 제시한 다음, 재정을 풀어 104만 개 공공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실물경제가 빈사 상태인데 과연 가능할지, 또한 천문학적인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우리 사회가 오늘의 어둡고 긴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코로나 방역도 중요하지만, 하루빨리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 기업에서 나오는 만큼, 코로나로 위축된 기업들을 더욱 옥죄는 입법은 가능한 자제해야 한다. 기업규제를 늘려가는 덧셈 입법으로는 더 이상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