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미국 재무부의 베트남 환율조작국 지정이 11월 이후 상승장을 이어갔던 베트남 증시에 단기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재무부는 16일(현지시간) 환율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을 스위스와 함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지난해부터 주요 무역 상대국과 경상수지 흑자 요건 등이 포괄적으로 변경되며 베트남은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분류됐었다"면서 "이번 환율 보고서에서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기준 요건(국내총생산(GDP) 대비 2.0%)을 초과하는 GDP 대비 5.1%로 평가되며 환율 조작국 명단에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의 이번 결정은 베트남 VN지수 단기조정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조 바이든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가시화 이후 상승세를 지속했던 베트남 증시에 환율 조작국 충격은 누적된 피로감을 해소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7일 VN지수는 전일 대비 1.4% 내린 1051.8로 마감했다.
다만 조정 장세는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는 지속됐으나 베트남 개인 투자자는 순매수에 나서 VN지수를 1000선까지 되돌렸다"면서 "수급의 무게 중심이 베트남 개인투자자에게 실린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보다 대외 이슈에 둔감하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베트남은 앞으로 미국과 양자 협의 이후 경상수지, 외환시장 개입 등을 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협의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베트남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에 금융 지원 금지, 베트남 기업의 미국 조달 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환율 압박, 무역협정 압박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면서 "2015년 교역 촉진법 발효 이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중국이 유일했는데, 2019년 8월 지정 이후 2020년 1월 환율보고서에서 미·중 무역합의 1단계 서명식을 앞두고 지정 해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단기 내 무역수지와 흑자 규모를 줄이기는 어려워서 베트남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에 베트남 화폐 동화 강세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또한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제재 이면에는 중국 기업이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경고가 있는데 지리적 접근성으로 베트남을 대미 수출 우회 경로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원산지 위조 단속 강화, 수출 제조업체의 베트남산 부자재 사용률 제고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인 2021년 환율 보고서 내용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의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로 구성돼 있는데, 내년 정권 교체로 행정부 주요 인사도 바뀌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2021년부터는 주요 교역국에 대한 대응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을 견제한다는 미국의 의지는 바이든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같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는데 바이든 당선인은 주변국과의 연대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베트남 등 아세안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면서 "단기 내로 실질적인 조치는 없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에서 나올 환율 보고서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