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장고(長考) 끝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했다. 윤 총장은 "불법ㆍ부당한 조치"라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는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판사 사찰 등 6개 혐의를 근거로 징계청구를 할 때부터 위법성 논란이 있었다. 이달 2일 열릴 예정이었던 징계위는 두 번의 연기 끝에 10일 1차 심의가 진행됐다. 1차 심의는 윤 총장 측의 징계위원 기피신청 및 이의 제기와 다수의 증인 채택 여부로 시간을 보내고 종료됐다.
2차 심의에서 본격적인 증인심문과 징계 수위 결정이 이뤄졌다. 심의 개시 이후 약 17시간 30분이 지나 하루를 넘겨 나온 결론은 정직 처분이었다. 그러나 윤 총장 징계를 두고 논란은 오히려 가열되고 있다.
윤 총장 징계를 둘러싼 정당성 논란은 크게 '징계위 구성'과 '징계 사유' 두 가지다.
징계위 자체에 대한 논란은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한 징계위가 헌법에 반하는지와 징계 처분까지의 진행 절차를 정당하게 했는지 여부다.
법조계는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한 징계처분이 헌정 사상 처음인 만큼 판례를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근거인 검사징계법을 해석하는 데 있어 이번 상황만큼 다양한 쟁점이 등장한 사례가 없어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는 시각이다.
다만 징계 과정에서 윤 총장 측이 부당함을 지속해서 지적한 만큼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크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구성이나 징계청구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위원 선정, 기피 대상 등에 대해 부당함을 줄곧 주장해왔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현재까지 윤 총장 측이 주장한 내용만 놓고 보면 (징계위 구성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징계위 특성을 고려해야겠지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4일 제기한 법무부 장관 주도의 징계위 구성에 대한 헌법소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변호사는 "헌법소원에서 방향성이 갈음 될 것"이라며 "여러 가지 쟁점 중에서도 징계위 구성의 위법성을 직접 판단할 수 있는 헌법소원 결과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의 징계 불복 소송이 제기되면 징계 사유로 인정된 혐의들을 둘러싼 치열한 진실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받는 혐의 6개 중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의 위신 손상 등 4개를 인정했다.
재판부 분석 문건의 경우 논란이 가장 많은 의혹 중 하나다. 해당 문건은 윤 총장이 올해 2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작성을 지시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으로 주요 재판부 판사들의 이력 등이 기재됐다.
이는 징계위에 출석한 증인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온라인 검색 수준의 자료로 일반적인 공판 준비라는 의견과 이를 통해 재판부에 외압을 행사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징계위원이었다가 자진 기피 신청을 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증인으로 채택되자 출석 대신 제출한 의견서에 '윤 총장을 비롯한 특수통 검사들이 '언론플레이를 하려한다'는 취지의 글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도 논란거리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나와 정계 진출에 대한 질문에 명확한 부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일반적으로 정치 중립의무 위반이 성립하려면 반복적으로 정파적 발언을 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등의 구체적인 사실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부인하지 않은 것을 정파적 의사 표현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윤 총장이 소송절차를 밟으면 해당 내용이 진실하거나 진실한 것으로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면 심 국장의 진술이나 다른 증인들이 낸 자료 등에 대한 검증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누가 보더라도 부당한 절차였다"며 "명확하지도 않은 혐의를 징계 근거로 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장 임기제 보장이라는 검찰 독립성에 큰 타격을 입힌 사건"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