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행기를 타고 싶던 차에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소식에 결정했죠. 화장품만 사도 티켓값을 뽑을 수 있을 같네요."
12일 오전 10시 30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국제선 탑승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썰렁했던 탑승장에 모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로 친구들과 그룹을 이룬 약 90~100명의 여행객은 일정한 거리를 두며 제주항공 비행기를 타기를 기다렸다.
제주항공은 이날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을 진행했다.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 상공을 선회하고 다시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무착륙 비행일지라도 후쿠오카 상공을 지나가는 만큼 여행객들은 보안 검색, 출국 심사를 거쳤다.
후쿠오카에 착륙하지 않지만, 관광비행 가격은 19만8000원에 달한다.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많은 사람이 참가한 것은 기존의 국내 관광비행과 달리 면세점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행객들은 600달러 한도 내에서 면세품을 살 수 있었다. 제주항공 또한 신세계면세점과 제휴를 맺고 최대 40% 할인 제공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여러 혜택 때문에 탑승장 인근에 면세품을 담을 카트를 끌거나, 양손에 면세품을 가득 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부는 캐리어까지 끌고 나왔고 화장품 코너가 인기를 끌었다.
최용진(가명ㆍ29세) 씨는 “이달 초 받기로 했던 면세품이 있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물품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 비행을 통해 면세품도 받고, 사고 싶었던 상품도 추가로 구매했다”라고 덧붙였다.
신유라(가명 32세) 씨는 “예전 해외여행을 다닐 때 면세점을 반드시 갔다”며 “비행기도 오랜만에 타고 싶었지만, 면세품을 사기 위해 관광비행을 타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인 만큼 제주항공은 여행객의 발열 체크를 수속장부터 탑승장까지 더욱 꼼꼼하게 했다.
이날 관광비행은 정부의 강화된 코로나 방역 지침 아래에 진행됐다. 탑승객들은 기내에서 마스크를 절대 벗지 못했다. 좌석 간 이동도 금지됐다.
국내 관광비행과 달리 기내식도 제공하지 않았다.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간식을 제공했지만, 기내에서는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11시 10분에 이륙한 제주항공 비행기는 1시간 조금 지나서야 일본 후쿠호카 상공에 도착했다.
기장은 안내방송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승객들 덕분에 행복하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여행할 날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은 비행 도중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여행객들을 위해 몇 가지 이벤트를 준비했다. 승무원들은 마술을 선보일 뿐만 아니라 간단한 게임을 진행했다. 행운의 경품권 추첨을 통해 일부 승객들에게는 상품권 등 선물을 제공했다.
김석준(가명ㆍ53세) 씨는 “집안에만 있으니 너무 답답해서 관광비행을 신청했다”며 “잠시나마 여행 기분도 느낄 수 있었고 이벤트 덕분에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항공은 12일을 시작으로 △18일ㆍ20일 오전 11시 △25일 오후 2시 30분 △27일 낮 12시 △31일 오후 2시 △2021년 1월 2일 오후 1시에 출발하는 일정으로 6번 더 국제 관광비행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