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과 전문가들은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생계형 대출이 늘었다. 또 하나는 넘치는 유동성과 함께 부동산과 주식이 급등하면서 마지막 계층사다리를 부여잡기 위한 빚투(빚내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 투자)의 몸부림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최근 신용대출까지 옥죄고 있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바이러스 사태가 계속되면서 생계형 대출은 지속할 필요가 있지만, 자산투자를 위한 대출은 옥죌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경기회복과 함께 대출 가격변수인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 뿐이라고 꼬집었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가계·기업부채연구센터장은 “빚이 쌓이는 것 자체보단 상환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라며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높아지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 주의해야 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0.50%로 사상 최저수준까지 인하한 기준금리로 인해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이자상환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원금과 이자를 합한 원리금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은 2018년 2분기 38.8%를 기록한 이래 최근까지도 30%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DSR이란 대출자의 연간 소득대비 총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연간 총부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한은 관계자는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금년 들어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지속적으로 높지만, 경제가 워낙 안좋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부채가 늘었지만 채무상환능력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원리금DSR을 보면 최근까지도 은행 관리 기준인 40%를 밑도는 30%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계가 부채 총량이 빨리 늘어난 만큼 빚에 쪼들리는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신석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금리로 인해 유동성 공급이 많아 주식과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다. 자산가격 버블이 발생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대출과정에서 금융기관이 파악하기 어려운 부문이 있는 만큼 주택은 향후 안정될 것이라는 적절한 정책을 제시해야 하고, 주식은 과열되지 않도록 위험요인은 없는지 대처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생계형 대출과 관련해서도 상환연장과 지급유예 와중에 은행 평가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송민규 센터장은 “코로나로 원금 연장과 이자상환이 유예되고 있다보니 은행 심사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도 과도해지거나,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 때 올해 평가 자료가 비어 (은행이) 평가 능력을 상실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해법은 경기회복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영끌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으로 계층사다리를 타고 오르지 못한다는 절박함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한은도 책임이 없다고 보진 않는다. 비상상황에서 다른 나라도 내렸다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기준금리를 잡아두고 통화량을 늘리는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국은 소득이 높은 사람들의 은행대출을 죄고 있지만 늦은 감이 있고 실효성도 의문”이라며 “결국 경기를 회복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이지 나머지는 미시적인 땜빵 처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