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배터리 업체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시장이 아직 초기인 만큼 경쟁구조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유럽에서 폭증하는 전기차 수요를 배터리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어 글로벌 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3사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동유럽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동유럽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회사들의 생산 기지가 밀집된 만큼, 이곳을 거점으로 삼은 것이다.
LG화학은 2018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이 공장은 유럽의 첫 대규모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 생산기지로 유럽 지역 최초로 전극에서부터 셀, 모듈, 팩 등 단계를 모두 제조하는 생산체제를 갖췄다.
지속적인 증설로 생산 규모를 30GWh(기가와트시)에서 6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를 거점으로 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헝가리 코마롬 공장을 준공한 뒤 올해부터 가동하고 있다. 현재 9GWh 규모의 배터리 2공장을 건설하는 중이다. 여기에 추가로 세 번째 공장을 지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공장까지 가동하면 헝가리에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20GWh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는 2017년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현재 4개 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이 공장에 최근 4개 라인을 추가로 세우기로 했다. 두 번째 공장 건설도 계획 중이다.
이처럼 K배터리 업체들이 일찌감치 유럽 시장을 공략해 성과를 내고 있지만, 경쟁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유럽 내부적으로 자체 생산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터리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9월 글로벌 전기차(EVㆍPHEVㆍ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의 CATL이 총 19.2GWh(기가와트시)로 1위를 기록했다. 전기차는 EV(순수전기)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HEV(하이브리드)로 분류된다.
3월부터 누적 사용량 1위를 이어왔던 LG화학은 6개월여 만에 자리를 내줬다.
더구나 폭증하는 전기차 수요를 배터리 수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에너지 분석 업체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현재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전기차 생산업체들이 배터리 물량을 받기 위해서는 6~9개월 정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전기차 사전 예약이 열릴 때 12개월 치 물량이 매진돼버린다"며 "현지에서는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에 대한 이런 수요를 크게 과소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서둘러 배터리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성장성에 공급 부족 상황까지 더해 앞으로 유럽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서유럽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들의 유럽 투자 진출이 매우 활발하다"며 "이미 유럽 현지에 생산 투자하고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 경쟁도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