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부동산정책, 최고금리 인하…취지는 ‘선’하다. 취약계층 저소득층 임금 올려주고, 투기세력 눌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잡아주고, 서민들 이자 낮춰주겠다니 ‘착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두 자릿수였던 최저임금 인상률은 올해 1%대로 뚝 떨어졌다. 문 정부 초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과 직원 해고가 줄을 이었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매년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수조 원을 투입했다. 인상률이 극과 극을 달리면서 기업의 예측가능성도 떨어져 경영 부담도 커졌다.
집값을 잡겠다던 부동산대책은 더하다. 20여 번이 넘는 대책이 나오면서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리고 있다. 집값이 잡히지 않자 이제는 돈줄마저 봉쇄하고 나섰다.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돈 없는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하고 전세가격 급등과 전세물량 급감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집 있는 사람들은 세금폭탄을 맞았다.
법정 최고금리는 현행 24%에서 20%로 인하된다.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최고금리가 내려가면 서민 부담이 줄어들 것처럼 보이지만 저신용자 취약계층 문턱이 높아지면서 급전이 필요한 이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대부업체에서 탈락한 대부업 이용자 가운데 연간 45만~65만 명이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를 결정한 만큼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치인은 자신이 누릴 권력에 도취되기에 앞서 감당해야 할 권력을 책임 있게 수행해 낼 자질과 역량을 갖췄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선한 동기만으로 행위의 도덕성을 평가하면 안 되고, 행위가 가져온 결과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져야 한다.” 독일의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저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질 줄 아는 책임윤리를 강조했다.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다. 이것을 잘 풀어내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우리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 나쁜 결과를 막을 수 있게 궤도를 수정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