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의 추징금이 남아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목록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3일 검찰이 전 씨를 상대로 낸 재산명시 신청 재항고를 기각했다.
전 씨는 반란수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전 씨가 뇌물로 받은 액수 등 2205억 원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나 추징 시효를 한 달 앞두고 전 씨가 314억 원만 내자 검찰은 재산명시를 신청했다.
서울지법 서부지원 민사26단독 신우진 판사는 2003년 4월 전 씨에게 재산목록을 제출하라며 재산명시 명령을 내렸다. 이때 전 씨는 재산목록에 진돗개, 피아노, 에어컨, 시계 등 수억 원 상당의 품목을 적고 예금 29만1000원을 기재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4월 전 씨의 재산목록을 2003년에 확인한 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볼 필요가 있다며 재산명시를 재신청했다. 전 씨는 지난해 골프 회동과 1인당 20만 원이 넘는 호화 오찬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검찰은 "최초 재산명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고 전 씨가 거액의 추징금 미납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으로 생활 중"이라며 "은닉한 차명재산 확인을 위해 재차 재산을 명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심은 "이미 전 씨가 17년 전 법원에 출석해 재산 목록을 제출했다"며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전 씨의 재산목록이 허위라면 민사집행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방법을 통해 차명재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 외에 전 씨가 애초의 재산명시 선서 이후에 새로 재산을 취득했는데 이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사정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러한 원심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했지만 대법원도 "이 사건 재항고는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기각했다.
검찰의 추징금 환수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박광현 부장검사)는 지난 8월 전 씨 장녀 명의의 경기도 안양시 임야를 공매해 10억1051만 원을 추가로 환수했다. 전 씨의 추징금 미납액은 991억 원이다.
한편 최근 법원은 전 씨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정원을 공매에 넘김 검찰의 조치를 위법하다고 보고 압류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몰수 가능한 불법 재산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전 씨의 셋째 며느리 명의인 별채는 뇌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매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공매 처분을 유지하도록 했다.
검찰은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정원 압류 처분 취소에 대해 전 씨 측은 별채 압류 처분 결정에 대해 각각 즉시항고했다. 즉시항고는 법원의 결정 등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항고하는 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