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 은행이 올해 발표한 감원 규모를 집계한 결과 총 8만5540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부 대형 은행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총 9만1448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2015년 이후 5년 만의 최고치다.
블룸버그는 “디지털 혁명으로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은행권에 설상가상 코로나19까지 덮쳐 사업 모델 전환을 더욱 압박한 게 대규모 감원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웰스파고는 “앞으로 10년간 계속되는 기술의 발전으로 미국 은행권에서 최대 2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주에만 네덜란드 ABN암로은행과 스페인 방코데사바델이 최대 4600명의 감원 계획을 내놓는 등 유럽이 감원 태풍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유럽 은행들은 마이너스(-)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초저금리로 사업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내수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감원이 가속화하는 주된 배경이다. 더구나 유럽에서는 강력한 노동자 보호 정책 때문에 한 번에 대량 해고가 어려워 감원은 수 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페인 최대 은행 방코산탄데르는 폴란드에서 2000명을 해고할 계획이며, 영국 로이즈뱅킹그룹은 지난달 소매 부문을 중심으로 약 107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ING는 내년 말까지 1000명을 줄일 예정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은 올해 6만8821명 감원을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감원의 약 80%에 달하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9330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북미가 5960명, 중남미가 902명, 아프리카가 527명을 각각 기록했다.
미국 월가도 예외는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9월 4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지난달에 올 들어 두 번째 감원을 단행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미국 대형 은행들은 광범위한 해고를 자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