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경제팀 1기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재무장관에는 예고대로 옐런 전 의장이 지명됐고, 인도계 미국인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NEC) 의장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를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각각 기용했다.
이대로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경제팀 요직 3자리를 여성이 싹쓸이하게 된다. 또 232년의 미국 재무부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이 탄생하는 기록도 남기게 된다.
여성과 유색인종을 대거 기용해 ‘다양성’을 추구하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구상이 이번 인선에도 반영되는 셈이다. 이날 6명의 경제팀 1기 인선 발표자 중 4명이 여성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경제팀에 대해 “경제 위기 시기에 미국인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투입하는 등 어느 때보다 경제가 잘 재건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전 의장도 지명 소감을 밝히며 ‘아메리칸 드림의 부활’을 내세웠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되찾아야 한다”면서 “재무장관으로서 나는 모든 사람의 아메리칸 드림 부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옐런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4년 여성으로서 첫 연준 의장에 올랐다. 재무장관까지 꿰차게 되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연준 의장, 재무장관을 역임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다.
옐런 전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제를 이끈 경험을 갖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 한복판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당장 2000만 명 이상 발생한 대량 실업 사태를 극복하고 의회와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 담판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이 놓여 있다.
옐런 전 의장의 상원 인준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 인준 키를 쥐고 있는 공화당 측은 옐런에 대해 “지성과 통찰력, 독립성을 갖고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
시장도 ‘옐런 풋’ 기대감을 그대로 반영했다. 큰 폭 상승에 따른 숨고르기 장세로 30일 하락 마감했지만 11월에 다우지수는 11.8% 상승해 1987년 1월 이후 월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0.8%, 11.8% 오르며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폭 상승했다. 코로나19 백신 낭보와 ‘비둘기파’ 옐런의 재무장관 낙점 소식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도 9개월 만에 20을 밑돌았다. 시장이 그만큼 안정적이란 의미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 태어나 회의 속에 자라고 낙관 속에 성숙해 행복감에 사라진다’고 한다. 바이든호 경제팀이 진용을 갖추고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백신 첫 접종이 예상되는 등 기대감이 묻어나는 12월, 시장의 움직임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