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 산적한 문제들은 고차방정식의 함수를 품는다. 여러 변수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식의 결과를 바꾼다. 1·2차 방정식에서라면 혹시나 가능할지도 모를 암산이나 ‘때려 맞추기’식 꼼수도 도무지 불가하다. 변수가 많아지고 차수가 높아질수록, 여러 머리를 맞대는 것이 최선이다.
중고차 시장 해법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은 이유도 이와 같다. 6년간 중소기업 업종으로 보호받았지만, 허위매물, 가격 뻥튀기 등의 문제가 반복됐다. 소비자 80% 이상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하고 낙후돼 있다고 생각한다. ‘소상공인’이라는 변수를 챙기다 ‘시장 건전성’과 ‘소비자 후생’이라는 변수가 뒤로 밀린 셈이다.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부적합’으로 의결했다. 대기업 장악력이 크지 않다는 점과 소비자 후생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 부처는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고, 완성차업체 역시 시장 신뢰도가 올라갈 기회라고 반긴다. 소비자들도 우호적인 반응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난제였던 고차방정식이 다 풀린 것만 같다는 환상에 빠진다. 해결하지 못했던 변수 두 개, ‘시장 건전성’과 ‘소비자 후생’에 대한 답이 나오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을 푸는 게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다. 또 다른 변수가 떠오르는 탓이다. ‘시장 지속성’과 ‘상생 가능성’이다.
일각에선 기존 업계 종사자들이 자정 노력에 미흡했다는 점을 들어 ‘상생’이라는 변수를 챙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임의로 변수를 삭제하면 식에는 오류가 생긴다. 영세업자가 대부분 도산하고 대기업 독ㆍ과점식으로 시장이 흘러간다면 장기적으로는 좋을 게 없다는 뜻이다.
이 고차방정식은 어떤 방식으로 풀리게 될까. 양측은 물론, 정부도 발 벗고 나서 현명하게 변수를 해결해 나갈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