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연경흠 딜로이트안진 이사 “기후변화, 날씨뿐만 아니라 재무제표도 바꾼다”

입력 2020-12-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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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경흠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딜로이트안진)
▲연경흠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딜로이트안진)

연경흠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본부 이사는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기업이 대비해야 할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 돈의 흐름을 바꿔야 지구도, 기업도 생존할 수 있다”며 “석탄 시장 감시를 넘어 탄소 중립 경제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전문가를 찾습니다”
최근 회계업계에선 조금 특별한 채용 공고들이 눈길을 끈다. ‘기후’와 ‘재무 리스크’의 관계를 분석을 전담할 금융 전문가를 뽑는다는 내용이다. 기후변화가 실물 경제와 기업 운영 비용에 어떤 충격을 가져올지 예측하고 대비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게 주요 업무다.

왜 회계업계가 ‘기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까. 저탄소 경제 체제에 발맞추지 못하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미 유럽 등 금융 선진국에선 기후변화와 재무제표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탄소 중립’이 기후 문제를 넘어 새로운 국제질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일, 정부도 ‘2050 탄소중립 실현 추진전략’을 통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딜로이트안진도 일찍이 ‘기후변화’를 리스크로 인식하면서 탄소 중립 시장을 대비하고 있었다. 연경흠 이사는 리스크자문 본부에서 저탄소 경제ㆍ기후금융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며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연 이사는 “기업 리스크 분야에서 ‘탄소 중립’은 중요한 메가 트렌드다. 석탄 사업 감시를 넘어서 기업 활동 전반에 대해 기후 리스크를 고려하고 평가하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런 시도들이 모이면서 저탄소 경제 전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민사회에서도 관련한 실험들이 잇따른다. UNEP FI(유엔 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에선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전담협의체) 파일럿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금융기관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물리적 전환 위험 평가, 위험ㆍ기회 요소 등을 파악하고, 기후 리스크를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 사전적으로 반영하자는 취지에서다.

일찍이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 중립 시장 대응에 머리를 싸맸다. 그는 “지난 8월, 글로벌 석유업체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통합에너지 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는 기업들도 저탄소 경제 전환을 생존 전략으로 인식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BP는 매년 5억 달러를 저탄소 비즈니스 발굴에 투자하고, 바이오 발전ㆍ연료, 재생에너지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바이든 시대, 저탄소 경제 대비 못 한 기업 어려워질 것”
최근 그는 숫자보다 ‘에너지 동향’을 살펴보는 날이 더 많다. 친환경을 내건 바이든 시대 개막을 앞두면서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을 보면, 기후변화를 중요한 국제적 화두로 인식하고 있다. 탄소ㆍ에너지 분야 관련 정책이 많이 나온다는 시장 관측에 기업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탄소 중립’도 내세웠다. 여기에 연경흠 이사는 ‘탄소조정세 도입’도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도 ‘탄소세’를 마련한다면 세계 무역통상 환경도 급변할 수 있어서다. 지난 7일, 정부도 ‘탄소세’ 도입을 공식 시사했다. ‘기후대응기금’(가칭)을 조성해 탄소중립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탄소조정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미 환경 당국이 미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에 대해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등 환경 오염 복구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시장 관측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 역시 시장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이미 글로벌 기업은 제품생산 공정뿐만 아니라 공급망에서부터 제품, 운송 등 전 과정에서 탄소 중립을 선언하는 등 저탄소 경제를 대비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애플은 올해 환경 보호 성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2030년까지 전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9월, 딜로이트도 2030년까지 탄소중립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탄소 경제 활동 프레임에 속한 기업들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 있다”면서 “특히 한국 산업구조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기에 저탄소 시장 흐름을 놓친다면 세계 시장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ㆍ산업 등 전방위적 인프라 구축을 숙제로 꼽았다. 연 이사는 “최근 녹색채권에 참여하는 기업이 많아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행을 앞둔 녹색요금제도에서 REC구매제도, 제3자 PPA(전력거래계약) 등 관련한 제도에 시장이 함께한다면 정부ㆍ기업ㆍ금융 중심의 탈탄소화 선순환을 만들면서 탄소 중립 경제 시대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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