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미국이 새판 짤 것…韓, 중국 액션에 들뜨면 안 돼"

입력 2020-11-26 13:46 수정 2020-11-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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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최종서명으로 또 다른 메가 FTA 'CPTPP' 관심 커져
"미국 현행 CPTPP 그대로 가입 않을 것…재협상 가능성 커"
"한국, 가입 필요하지만 신중히 접근해야…미국 입장 정해지면 동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최종 서명으로 '메가 FTA(자유무역협정)' 시대가 열리면서 또 다른 메가 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CPTPP에 복귀하고, 우리나라에 가입을 타진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CPTPP 가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서두르지 말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이 현행 CPTPP에 그대로 가입하지 않고 재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큰 만큼 철저히 대비는 하되 미국의 확실한 의사 표현 이후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CPTPP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가입이 쉽지 않은 만큼 중국이 자국 내 정치용으로 들떠서 하는 발언에 한국이 휩쓸릴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메가 FTA 가입으로 실익 극대화해야"

전문가들은 CPTPP 가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개방형 통상국가로 수출을 해야 먹고 사는 나라인 만큼 메가 FTA 가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다는 것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PTPP는 가입국 간 경제가 연결되고, 원자재 등의 소싱(구매)을 공동으로 하면서 상품도 역내에서 함께 판매하게 돼 유럽연합(EU)처럼 공동의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RCEP에 이미 가입했기 때문에 TPP에 또 들어가면 중국 등이 반발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RCEP에 머물기 위한 변명거리밖에 안 된다"며 "우리 같은 나라는 메가 FTA에 가입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허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CPTPP는 기회가 될 때 가입이 필요하다"며 "창문이 열렸을 때 미국을 포함해 가입을 원하는 국가들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미국 현행 CPTPP 그대로 가입 않을 것…재협상 가능성 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인수위원회 본부에서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두고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윌밍턴/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인수위원회 본부에서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두고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윌밍턴/로이터연합뉴스)

CPTPP 가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우리가 먼저 가입 의사를 밝히는 것은 국제적으로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섣불리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CPTPP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미국이 들어가서 무역 질서를 새롭게 하는 데 우리가 동참한다는 것이다"라며 "다만 미국이 가입한다면 현재 있는 그대로는 절대 안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들어가더라도 판을 새로 짤 것이기 때문에 한국도 재협상 시 다른 나라와 같이 행동해야 협상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재 상태로 미국이 들어가지도 않는 데 괜히 우리가 손을 들어서 '나 끼워줘'라고 말하는 거는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국제적으로 하등 도움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설송이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차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아직 CPTPP에 가입하겠다고 발언하지 않아 (한국의 CPTPP 가입을) 예단할 순 없다"며 "다만 미국이 가입을 한다면 현행 CPTPP에 그대로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재협상에 나설 공산이 높은데 현재 미국 민주당에서 강조하는 노동과 환경 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설 차장은 "올해 7월 미국‧캐나다‧멕시코가 참여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협정이 발효됐는데 이 협정을 체결할 때 미국이 노동, 환경 기준 강화를 요구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정이 이뤄졌다"며 "미국이 CPTPP 재협상을 할 때 USMCA 협정 체결 때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 역시 "바이든은 새로운 FTA에 대해 노동과 환경 관련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어 현재 CPTPP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CPTPP에 가입을 한다면 USMCA를 템플릿(본보기)으로 상당한 내용의 계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의 CPTPP 가입,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APEC 주최 화상 CEO 대화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APEC 주최 화상 CEO 대화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중국의 역내 다자 구조에 대한 의지와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정치용 발언이기 때문에 괜히 가입하지도 않을 중국이 들떠서 하는 분위기에 한국이 휩쓸릴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중국의 CPTPP 가입 발언은 RCEP 체결 성공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자국 내 정치용 발언이지 중국도 현실적으로 CPTPP 가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밍 중국 상무부 국제시장연구소 부소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를 통해 중국의 가입을 막거나 중국에 가혹한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중국이 CPTPP에 가입하려면 국영기업 제도를 해체해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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