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표면과 내부에 모두 에너지 저장이 가능한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소재가 개발돼 주목된다. 저장 용량은 60% 늘었으며 구부리거나 비틀어도 성능은 안정적이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용도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현 교수팀이 이차전지와 슈퍼커패시터의 장점을 갖춘 신개념 에너지 저장 장치에 쓸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소재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이 물질을 전극에 코팅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원용 유연 슈퍼커패시터 제작에도 성공해 상용화 가능성을 보였다. 슈퍼커패시터에 대용량 이차전지의 장점을 더한 고속충전ㆍ고출력 만능 전지(에너지 저장장치) 개발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슈퍼커패시터는 전극 ‘표면’에 전기에너지를 저장했다가 꺼내는 쓰는 방식이라 이차전지와 달리 충전이 빠르고 순간적으로 필요한 전기를 빠르게 뽑아낼 수 있다. 수명도 반영구적으로 길고 가볍다. 아주 작게도 만들 수 있어 사물인터넷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물질 ‘속’에 전기를 저장하는 리튬이온전지 같은 이차전지보다는 단위 질량 당 에너지 저장 용량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물질 표면과 내부에 모두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기반 전극 활물질(Active material)을 이용해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 저장 능력을 끌어올렸다.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 저장방식과 이차전지의 에너지 저장방식을 모두 쓰는 셈이다. 물질 내부의 산소 음이온은 이차전지의 리튬 양이온과 유사한 역할을 해 물질 속에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며, 내부에서 흘러나온(용출, Exsolution) 코발트(Co)는 산화 과정을 거쳐 슈퍼커패시터 방식으로 표면에 전기에너지를 저장한다.
이 물질을 전극에 코팅한 플렉서블 슈퍼커패시터는 215.8Wh/kg(218.54mAh/g)의 단위 질량 당 에너지 밀도(단일 전극 시 에너지 저장 용량)를 기록했다.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적용했을 때보다 60% 정도 향상된 수치다. 또 순간 출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전력밀도도 14.8 kW/kg으로 높았다. 이 슈퍼커패시터를 이용해 3.6V의 LED 조명을 켤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구부리거나 비틀어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
장지현 교수는 “이번 연구로 물질의 모든 부분을 에너지 저장에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이를 통해 기존 이차 전지와 슈퍼커패시터의 한계를 보완하고 장점만을 취사선택해 신개념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