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원대 횡령ㆍ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현준(52) 효성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혀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 부장판사)는 2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구매한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가 비싸게 사도록 해 차익을 얻은 혐의(업무상 배임)를 유죄로 본 1심 판단을 뒤집었다. 미술품의 시가를 책정할 자료가 없어 아트펀드가 재산상 손해 발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아트펀드 업무 약정상 특수관계인 거래 금지 의무를 위반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미술품들이 아트펀드 편입 당시 시가에 대한 직접적인 자료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법 등 기준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고, 시가보다 높은 가격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1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조 회장이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인들에게 허위 급여 총 16억여 원을 지급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임의로 사용한 횡령 금액이 상당하고, 금액 대부분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여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 금액을 모두 변제하고 피해 회사들이 조 회장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며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아트펀드 관련 배임 부분이 무죄로 판단되는 등 양형상 유리한 사정과 불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 회장은 2013년 7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 상장 무산으로 외국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투자지분 재매수 부담을 안게 되자, 그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대주주인 GE로부터 주식가치를 11배 부풀려 환급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유상감자 당시 GE 주주들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져 회사의 재산 보호 임무를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179억 원 상당의 배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2008년 9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개인 소유의 미술품 38점을 효성 아트펀드가 비싼 가격으로 사들이도록 해 약 12억 원의 차익을 취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또 아트펀드가 사들인 조 회장의 미술품 금액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2억 원이라는 액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이 적용한 특경법상 배임 대신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